간격(안도현)
■ 간격 (안도현, 1961~) 숲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을 때는 몰랐다 나무와 나무가 모여 어깨와 어깨를 대고 숲을 이루는 줄 알았다 나무와 나무 사이 넓거나 좁은 간격이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다 벌어질 대로 최대한 벌어진, 한데 붙으면 도저히 안되는, 기어이 떨어져 서 있어야 하는, 나무와 나무 사이 그 간격과 간격이 모여 울울창창(鬱鬱蒼蒼) 숲을 이룬다는 것을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숲에 들어가 보고서야 알았다. 당신과 나 사이 김용자 연두빛 숲을 바라보다 나뭇가지들이 몽글몽글 잡으면 아이스크림 처럼 녹아버릴 것 같아 한젓한 오후 까아만 커피 한 잔 앞에 놓고 먼 산 바라보다 몽글한 나뭇잎새들은 한테 어울어져 동그라미를 서로 만들었다. 문득 당신과 나사이 얼마만큼 간격이 있을까 꽉 차여진 틈새 사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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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5. 3. 23: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