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오랜만에 듣는 연주곡들이 내 귓속으로
가느다란 선을 타고 들러온다
시험공부는 뒷전이다.
갈래머리를 딴 소녀는 점심시간에 교실청소를
당번도 아닌데 몇 명의 소녀들이랑 함께했다.
늘 그렇다.
당번인 아이들은 모두 줄행랑을 치고
답답한 아이들이 남아 청소를 하는 것이다.
점심시간에 방송 반이 들려주는 그 노래가
지금 내 귓전에서 울린다.
꿈 많던 소녀가 지금 다시 그 소녀가 되어
한창 공부에 열중이다.
마치 놀이 감을 물은 듯 잘 가지고 놀고 있다.
늦게 배운 도둑질 날 새는 줄 모른다더니
내가 지금 그 짝이다.
삶을 개척하고
다시 그 삶 위에 덤으로 얹어 놓은 지혜의 망울들
그리고 덤으로 받은 생명의 끈
이 모두가 나에게는 축복으로 다가온다.
마침 오늘 아침에 한 송이 붉게 핀 장미송이에
맑은 햇살이 비춰 한층 더 아름답게 곱게 보이는
꽃처럼 그렇게 인생도 피어났다
붉게 물든 저녁노을처럼 그렇게 지나갈 테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