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격 (안도현, 1961~)
숲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을 때는 몰랐다
나무와 나무가 모여
어깨와 어깨를 대고
숲을 이루는 줄 알았다
나무와 나무 사이
넓거나 좁은 간격이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다
벌어질 대로 최대한 벌어진,
한데 붙으면 도저히 안되는,
기어이 떨어져 서 있어야 하는,
나무와 나무 사이
그 간격과 간격이 모여
울울창창(鬱鬱蒼蒼) 숲을 이룬다는 것을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숲에 들어가 보고서야 알았다.
당신과 나 사이
김용자
연두빛 숲을 바라보다
나뭇가지들이 몽글몽글
잡으면 아이스크림 처럼
녹아버릴 것 같아
한젓한 오후
까아만 커피 한 잔 앞에 놓고
먼 산 바라보다
몽글한 나뭇잎새들은
한테 어울어져 동그라미를
서로 만들었다.
문득 당신과 나사이
얼마만큼 간격이 있을까
꽉 차여진 틈새 사이로
좁은 간격하나 만들어 놓고
팔랑 팔랑 작은 새앙쥐
한마리 들락날락하는
길하나 만들어 줄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