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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격(안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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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자 2023. 5. 3.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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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격 (안도현, 1961~)

숲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을 때는 몰랐다
나무와 나무가 모여
어깨와 어깨를 대고
숲을 이루는 줄 알았다
나무와 나무 사이
넓거나 좁은 간격이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다
벌어질 대로 최대한 벌어진,
한데 붙으면 도저히 안되는,
기어이 떨어져 서 있어야 하는,
나무와 나무 사이
그 간격과 간격이 모여
울울창창(鬱鬱蒼蒼) 숲을 이룬다는 것을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숲에 들어가 보고서야 알았다.

 

당신과 나 사이

                          김용자

 

연두빛 숲을 바라보다

나뭇가지들이 몽글몽글 

잡으면 아이스크림 처럼

녹아버릴 것 같아

 

한젓한 오후

까아만 커피 한 잔 앞에 놓고

먼 산 바라보다

몽글한 나뭇잎새들은

한테 어울어져 동그라미를

서로 만들었다.

 

문득 당신과 나사이

얼마만큼 간격이 있을까

꽉 차여진 틈새 사이로

좁은 간격하나 만들어 놓고

팔랑 팔랑 작은 새앙쥐

한마리 들락날락하는

길하나 만들어 줄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