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생각 - 기형도
엄마 생각 - 기형도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 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 간 창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 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 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눈 오는 날 하늘 바라보다 문득 떠오르는 울엄마 하얀 날개 달고 내려오네 엄마 엄마 부르니 대답없이 사라지고 엄마 엄마 내 맘속에 저장되어 있는 엄마모습 잠시 내려앉아 다독이네 하얀 날개 어디로 갔을까 하늘을 쳐다보니 저 만큼에서 손짓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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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1. 20. 2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