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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 문학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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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자 2024. 1. 7.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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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 문학기행을 다녀와서

김용자

 

샛별을 보면서 대문을 나서다

 

새벽하늘에는 주먹 만 한 별이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여전히 하늘에 달려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다. 네 시 일어나 준비를 하고 길을 나선다.

처음 회장님께서 문학기행 간다고 말씀하시자 바로 손을 들었다. 향교에 입교한지 얼마 되질 않아서 다른 문우님이 가야할 것 같은데 욕심을 부렸다. 사실은 좌석이 남아 더 가실분하면 손을 들고 가야하는데 체면불구하고 번쩍 손을 든 것은 문학기행 하는 동호회원들이 부러워었다. 더욱이 강진으로 간다고 하니 더 솔깃해졌다.

봉고차에 차례차례 열 한명이 올랐다. 휴게소에서 아침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처음 차에 탔을 때에는 서먹하기도 하고 낯설기도 했는데 사람이란 참 묘하다. 벌써 적응이 되었는지 탈만하다. 확실히 시인들이라 말하는 것도 이야기하는 주제도 같아 할 이야기도 참 많다.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한다. 급하게 나오느라 우산을 미처 준비를 못해 걱정하고 있었는데 다른 문우님이 더 가져와서 잘 쓰고 다닌다.

행사장에 도착하니 강진 문학회에서 환영한다는 현수막을 걸어놓았다. 저절로 입 꼬리가 올라간다. 우산을 받쳐 들고 행사는 진행되었고 시제를 발표했다. 시제는 시를 짓기 시작하는데 왜 그리 생각이 나질 않는지 늘 좋아하는 별 이야기를 참 잘 썼는데 행사장에서 시를 짓는 것은 처음이라 당황했을까. 셋이 나란히 앉아 잘 써서 내고 이탈을 했다. 시간이 남는다는 이유로 김영랑 생가 뒤쪽으로 돌아가니 동백나무가 너무 멋있어서 반했다. 계단을 오르고 식물원에도 가고 ㆅㅎ 찾는다는 전화가 와 꽁지가 빠지라 뛰어 내려왔다.

강진 문학회에서 점심까지 주셔서 너무 맛나게 먹고 해설 사님과 강진 투어를 한다. 김영랑 생가, 망둥이가 기어 다니는 뻘이 있는 강진 갈대숲,

동백꽃 길 붉은 꽃들이 길 위에 수를 놓고 있는 백련사에는 연등을 배롱나무에 달아 마치 꽃송이가 달려있는 것 같이 보인다. 나를 맞이한 부처님은 활짝 웃고 계신다. 시간이 부족하다고 하는데 또 눈치 없이 얌체 짓을 한다. 어차피 일 년 등을 여기에다 하고 등을 다느라 조금 지체했다. 백일장에 낸 시들은 차안에서 결과를 들었다.

정약용이 강진으로 유배를 갔을 때 최초로 머물려다는 주막집 사의재에 도착했다. 강진으로 유배를 가 4년 동안 머물면서 제자들을 가르쳤다는 사의재는 네 가지를 마땅히 뜻을 이뤄야 한다는 방이며 용모, 말씨, 성품, 행동을 뜻한다. 꽉 짜인 일정을 마무리하고 숙소로 향한다.

솔 나무 안집 민박집인 숙소는 저절로 탄성이 나온다. 마당이 넓은 기와집이다. 한옥이라 해야 하는데 어려서 살던 옆집이 기와로 된 집이라 기와집이 입에서 붙어있다. 저녁을 맛있게 먹고 각자 방으로 들어가 하루 여정을 푼다. 같은 방 문사이로 다른 방 문우님들과 합방을 했다. 낮에 백일장에서 쓴 시들을 서로 읽으며 깔깔깔 웃음이 끊어지질 않았다. 너무 재미있고 즐거운 밤 우리 방 문우 셋은 별, , 별 이 되었다.

모닝콜을 알리는 닭 울음소리는 오랜만에 듣는다. 부드러운 산소를 마시며 상쾌한 아침 혼자 어슬렁거리다 함께 간 학우님이랑 골목을 걸었다. 골목골목 잘 쌓여있는 토석담은 정겹고 아름다웠다. 흙과 돌을 번갈아 가며 쌓으며 무늬는 빗살무늬로 된 담장은 병영마을을 한층 더 아름답게 한다. 나중에 한 달 살이 하고 싶은 곳 한동안 내 프로필 사진에 올려있었다. 비상이다. 갑자기 배가 아파오기 시작한다. 밤새 잘 잤는데 어제 강진이 준 마약(아름다움에 취해 너무 기분 좋은 표현)을 너무 많이 먹었나 보다. 후덕하고 인자하신 사장님은 모란 꽃 모종을 뽑아 아낌없이 나누어 주신다.

하루를 잘 보냈는데 다음날의 일정은 문우님들이 가져다준 책자를 보면서 그 속에서 생각하고 보낸다. 걷고 싶고 함께하고 싶은 맘은 굴뚝같은데 혹여 실수라도 하면 낭패 아닌가 싶어 따라 다닐 수도 없고 그냥 기다리는 걸로 했다.

남미륵사 아래 서서 문우님이 등을 두드리고 주물러 주고 하니 지나가던 행인이 보더니 같이 지압을 넣어준다. 처음에는 낯설고 의심마저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혹시 나 때문에 동료 못 따라 가셨으면 언릉 가시라고 하니 일행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하신다. 좋은 사람들 살면서 세상에는 좋은 사람이 더 많지 나쁜 사람이 더 많을까나 싶지만 몇몇 사람들 속에 서로 믿지 못하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훈훈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것도 우리 사람들의 몫이고 그렇지 못한 것도 사람들 몫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사람으로 기억 될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되기를…….

처음 먹어 보는 짱둥어탕 어떤 맛일까 궁금했다. 맛있다 벽에 걸려있는 노포의 사진은 살아있는 현장을 보는 듯한 또 먹고 싶어지는 짱둥어탕이 그립다. 조금씩 몸이 나져서 따라 고려청자를 보러 간다. 조상님들의 슬기와 지혜와 총명함을 듣고 전시장에 들려 머그컵을 샀다. 가우도에 들려 커피도 마시고 대추차가 대표 차 마셔보니 권유할만한 맛이다 바다를 바라보면서 집으로 돌아올 준비를 한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도 문우님들은 힘이 남았는지 이야기는 계속 이어지고 휴게소에 들려 저녁도 먹었다. 향교에 도착하니 거의 오후8시가 넘었다. 남편은 또 데릴려 왔다. 고맙고 감사하고 나의 첫 문학기행은 그렇게 끝이 났다. 아직도 백련사에서는 행사 때마다 알림문자를 주고 있어 강진의 바람에 실려 오는 향을 느끼고 있다. 문학기행 처음으로 간다고 손은 번쩍 들어놓고도 설렘 반 걱정 반이었다. 용기가 어디서 났는지 자존감이 납작하게 붙어있던 나에게 조금씩 바람이 불어 들어와 예전처럼 나로 돌아오고 있다. 향교에 처음 교생이 되던날을 기억하며 계속 전진하는 계기가 되어 훌쩍 커져가는 나를 발견한 문학기행이어서 참 좋고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