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지게
마당 한 끝에 자리 잡고
서 있던 아버지의 친구
높은 산을 함께 오르고
깊은 골짜기가 있는
밭에도 늘 함께 가고
십여 리가 넘는 시장구경도 함께 가지
늘 그 친구를 어루만졌어
어디가 아프면 치료해 주고
새것으로 바꿔주기도 했지
어깨에 숨어있는 무게
삶에 짓눌린 당신의 멍자국들
전부를 알고 있어서 인지
어느 날 인가부터
앞을 지나치면서도 눈길도 주지 않았지
한 끝에 앉아있던 친구는
먼지가 쌓이고 천덕꾸러기가 되었어
앞을 지나치던 아버지 발에 턱 걸려
함께 넘어졌지
아버지는 말했어
미안하네 이만 헤어져야겠어
그동안 고마웠네
홀로 남은 아버지의 평생친구인
지게는 한편에서 함께 늙어가고 있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