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교- 이제 스미리
이제 스미리, 언제나 핏물 넘치고 넘쳐 저물녘이면 시뻘겋게 시뻘겋게 해 져가는 이 땅에 스미리 안개 밟고 가는 이들이여 발걸음들은 가볍고 가벼워 한 올 실바람에도 자주 흩어져버리는 이들이여 그 안개 실은 우리가 남겨 놓은 것 우리 크나크던 한숨 어둠에 끌려가다 이리 찢기고 저리 찢겨 허공에 부서진 것들 그 바람도 실은 우리 가슴에서 불어가는 것 서리 맺힌 우리 마음들 날이면 날마다 일어나 어이 하리, 세상 지붕에 몸 비비는 것 어젯밤엔 눈이 되어 내렸었네, 우리 채 녹지 못한 눈물 긴 눈발로 참밖 담벼락에 닿아 울었었네. 아, 이제 스미리 가슴마다 맺힌 한 전부 풀어 풀어 떠오르는 해에 정성바쳐 드리고 스미리, 산야에 산야에 가득 풀포기로 실은 우리 울음인 까치 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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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6. 8. 1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