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스미리,
언제나 핏물 넘치고 넘쳐
저물녘이면 시뻘겋게 시뻘겋게 해 져가는
이 땅에 스미리
안개 밟고 가는 이들이여
발걸음들은 가볍고 가벼워
한 올 실바람에도 자주 흩어져버리는 이들이여
그 안개 실은 우리가 남겨 놓은 것
우리 크나크던 한숨 어둠에 끌려가다
이리 찢기고 저리 찢겨 허공에 부서진 것들
그 바람도 실은 우리 가슴에서 불어가는 것
서리 맺힌 우리 마음들
날이면 날마다 일어나
어이 하리, 세상 지붕에 몸 비비는 것
어젯밤엔 눈이 되어 내렸었네,
우리 채 녹지 못한 눈물 긴 눈발로
참밖 담벼락에 닿아 울었었네.
아, 이제 스미리
가슴마다 맺힌 한 전부 풀어 풀어
떠오르는 해에 정성바쳐 드리고
스미리, 산야에 산야에 가득 풀포기로
실은 우리 울음인 까치 소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