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날이 뿌옇게 밝아오면
울 엄마 옷매무새 갖추고
샘물 가셔서
양동이에 맑은 물 가득 담아
머리에 이고 오셔
정성스럽게 한 그릇
장독대 위에 올려놓고
두 손 모아 머리 조아리며
들릴 듯 말 듯하시던 혼잣 말씀이
우리 자식들 건강하게
잘되라고 비셨던 당신에 소원이었을 테다
당신의 뒤안길엔
일제시대 정신대에 가라고 잡으러와
외할아버지가 막아서시던 날
6,25동란 때 북한군이 밥해놓으라 해서
밥 해 먹었던 날들을 회상하며
니들은 그런날은 없을거라고
14살 풋풋한 소녀가 열살이나 많은 신랑만나
이제껏 사신 그 이야기 뒤엔
늘 바람막이셨던 엄마의 부모님이 계셨듯
나에게도 울 엄마 아버지가 계셨다
가만히 엄마 얼굴을 들여다보다
그래 지금 내가 엄마를 참 많이 닮았구나
둘이 마주 보고 하하 웃다가
울 엄마 눈시울을 젓신다
엄마 울지마
엄마 울면 나도 눈물 나
엄마랑 딸은 또 울고 말았다
울 엄마가 내겐 준 그 사랑에
난 아직 절반이 아닌 아직 그 사랑에
시작도 못했을 테인데 내 껍데기인 엄마
돌아온 길을 다시 돌아가시려 하는 것 같아
나도 오늘 엄마처럼 정안수 올려놓고
정성스레 기도한다.
엄마의 기도소리랑 똑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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