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오면
캄캄한 동네에 도깨비불이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하지요.
빙글빙글 그 도깨비 불은 원을 그리며 동글동글하게 돌아갑니다.
쪼오기 논에서도..... 쩌어기... 냇가 옆에서도...
계집아이는 그것이 그리도 보고싶고 하고 싶어 합니다.
여닐곱살된 그 계집아이는 오빠가 없어 늘 그런 것들은
호기심의 대상이였지요..
어느 날 오빠들은 우리 집 추녀 밑에 손전등을 들고 나타났어요
"오빠 뭐해"
"쉿"
"오빠 뭐하냐고"
"조용히 하라고"
"뭐하냐니깐"
"쉿"
열심히 추녀 밑을 뒤집니다
궁금해서 견딜 수 없어 그 계집아이 더 큰소리로
"오빠들 뭐하냐고"
푸다닥 푸다닥..... 뭔가 날아가는 소리....
"야 니때문에 놓쳤잖아"
그때서야 엄니가 나옵니다.
"니그들 새잡고 있었구나"
"예 근데... 용희가 떠들어서 다 도망쳤어요"
그러곤 동네 오빠들은 어디론가 사라졌지요..
그땐 울 지붕은 볏짚으로 이엉을 만들어 덮은 초가지붕이었답니다.
새들이 밤이 오면 따뜻한 곳을 찾아들어 잠을 청하면 오빠들은 그것을 잡아 구워 먹곤 했지요
그렇게 동네 오빠들이 밤에 많이 활동하던 그 겨울밤..
그날도 환하게 보름달이 뜨는 대보름날이었어요.
엄니는 찰밥을 맛나게 해 뒷방에 놓아
들락날락하며 설탕에 살짝살짝 찍어먹던 그날 밤....
도깨비불이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우와... 도깨비불이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동네 오빠들이 깡통에 불을 붙이기 시작해 자꾸만 늘어났지요...
계집아이 견딜 수 없이 나가서 놀고 싶어 집니다.
동네 오빠들이 하는 건 다 참견하고 싶어 지기 때문이지요..
낮에 아버지한테 한껏 투정도 부렸습니다
"아버지 나도 깡통 만들어줘"
"계집아이가 머 하려고"
"아버지 나도 만들어줘 "
"안돼"
"아부지 나도 만들어줘 밤에 망우리 돌려보게"
"계집아이는 그런 거 하면 안 돼"
"아버지 나빠 그거 하나 안 만들어주고"
(통조림 넣는 통만 한 것에 옆면에 못으로 구멍을 뿅 뿅 내서 만들지요)
그렇게 하고 싶은데 아버지는 위험한 생각에
딸을 아끼는 마음에 그러셨을 거지.......
슬그머니 도깨비들이 돌고 있는 곳으로 갑니다.
"오빠야 나 한 번만"
"안돼"
"오빠야 나 한 번만 해 볼게"
"그래 한번 해 봐"
오빠는 깡통 속에 나무 몇 토막 더 넣어줍니다.... 후한 인심을 써주지요.
"쌕~~~ 쎅..... 깡통 속에 불이 활활 타는 불꽃이 돌아가는 소리.... 가
신이 났습니다....
오빠는 또 다른 깡통에 불을 넣고....
신났지요... 맘껏 돌릴 수 있으니 말입니다..
이제 다 끝날 때가 되어 가는지...
오빠들은 그곳에 비닐을 넣기 시작합니다....
비닐을 넣고 돌리다가.... 휙하고 던지면 그 타던 비닐이 떨어지면서 불꽃놀이 하는 듯
그런 멋을 아름다움을 내지요....
그만 사단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우왕~~~~~~"
울음소리가 점점 커졌지요..
오빠들이 던진 것 중에 불이 붙은 비닐 두 조각이 내 손등에 떨어졌습니다.
문이 열리더니 울 엄마가 들어오시네요
입춘날 절에 못 가고 오늘 다녀오시는 길에 입춘대길이 쓰인 글을 가지고 오셔서
현관 문위에 붙여놓으시라네요..
잠시 글 씀을 멈추고 엄니랑 콩칼국수를 만들어 한 그릇씩 뚝딱 비워냈습니다.
"엄니 나 그때 망우리 돌리다가 손 데인 이야기 쓰고 있었어"
"하하 하핳 그래 그럼 얼른 써라"
"아녀 엄니 엄니랑 쪼금 놀다가"
지난 구정 보너스로 생활용품 딸이 받아온 거 나눠드리고 배 몇 개 귤 몇 개 써서
엄니 손에 들려놓고 집까지 모셔다 드리고 왔지요....
어느 부모든 마찬가지일 겁니다...
당신이 무슨 일을 도와주고 싶어도 혹여 해가 될까 싶어 선뜻 못하시고 망설이는 거...
당신이 할 수 있는 건 어디선가에서 뒤에서 몰래 빌어주는 거..... 그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계실지도...
곱게 받아 현관 문위에 붙여놓으니 흡족하게 바라보시는 엄니의 눈길... 은 그리 보람된 거라고.....
엄니 맘속에 또 빌고 또 빌고 계시겠지요... 아무쪼록 건강하고 무탈하고 돈 많이 벌고 자식들 잘되고.....
어쩌면 우린 그 부모님의 마음을 반도 못 헤아리고 살아가는지도 라는 생각을 하네요..... 히.. 글이 삼천포로.....
엉엉 울기 시작합니다.
손에 붙은 그 비닐조각이 떨어지질 않고..
오빠들은 겁이 났는지 울 엄마한테로 업고 막 뛰기 시작합니다.
엉엉 우는 소리를 듣고 울 엄마..... 소리가 더 크게 들립니다.
"왜 그래... 용희야 왜 그래"
손등을 보시더니 화들짝 놀라셨나 봅니다.
"이럴 땐 기름을 발라야 돼 기름을 발라야 된다고"
율 엄니 또다시 업고 달리십니다
옆집 금옥이네 집으로 가네요..
석유냄새가 나는 그걸 발라 주네요..
"조금 있으면 안 아플 거야"
금옥이 엄니도
"그래 얼마나 아프겠냐"
"에이고 어쩌다 그렇게 했니 쯧쯧"
"오빠가 오빠가"
그러면서도 어느 오빠라는 말은 안 했는 거 같네요...
석유는 집에도 있는데... 휘발유를 발라주셨는가....
그날 엄니 무르팍에 오랜만에 앉아본 듯싶어요.
6년 만에 본 동생한테 엄니를 빼앗겼다는 생각을 했는데 말이지요......
그럭저럭 상처는 아물였는데......
아직도 제 오른손 손등엔 동그라미 하나가 있습니다
중지와 약지 사이에도 그날 훈장이 달려있고....
근데 묘하게도 댄 흔적은 있는데 색깔이 변하지 않아 그리 많이 표시가 나질 않지요....
내 왼손은 무진장 예쁜데......
그땐 정말 무진장 아파서 많이도 울었겠지만 제겐 이런 예쁜 추억이 있어서 참 좋네요
중년이 된 아줌마가......... 이따금 한 번씩 추억 속에 이야기를 올리는 사연이 되었으니 말이지요...
근데 혹시 지금 그 오빠 만나서 손등 성형 견적 넣으면... 얼마나 나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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