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하늘다리님)
사랑의 천대라고 말씀하시는 울 엄니 눈물을 글썽이시더니
손수건으로 훔쳐내기 시작하십니다.
이젠 그 말을 하지 말아야 할것 같습니다.
글구 그래서 지금껏 내 삶이 행복하다고 말해 드려야 할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어제 울 언니 항암4차 맞는 병원에 세 모녀가 함께 했드랬습니다.
엄니랑 이런 이야기 저런이야기 하다가..
울 막내 동생이야기가 나왔드래요.
서른아홉에 엄니가 아들을 낳았지요..그것도 2대 독자인....
그 귀한 아들은 저는 6년만에 본 남동생이고...언니랑 전 띠동갑입니다.
어릴때 조청에 하얀 가래떡 찧어먹던 생각이 났지요..
뒷방에다 놓았던 그 조청항아리 단지가 아직도 생각이 납니다.
엄니 몰래 숟가락으로 한숟가락 떠 먹고 안먹은 듯..새초롬하게 했던거...
어쩌면 그때 몰래 먹었던 그것이 더 맛 있을것 같다는 생각을 했지요...
글면서 한마디 툭하고 불거져 나온 말..
"엄니 엄니가 그때 백설기 떡해서 잘 말려 장속에 넣어놓고 동생 암죽 끓여줄때
내가 몰래 하나씩 먹었는데...그때 그 백설기가 무진장 맛났는데..."
"뭐라고 니가 그걸 먹었다고"
"어 몰래 몰래 하나씩 근데 엄니 그거 몰랐나보네...ㅎㅎㅎ"
정말 모르셨나 봅니다....하긴 왕창먹으면 자리가 나....왕창은 못 먹고 하나둘 꺼내 먹었으니
울 엄니 그걸 모르셨나 봅니다...내 나이 마흔하고도 일곱이 되도록 말이지요....
하긴 지금으로 부터 40년전인데요 그치요...알으셨어도 잊을만도 해요..
사과껍질 이야기가 나왔지요..
그땐 사과도 울 동네는 무진장 귀했지요...생선이랑 말린 오징어는 제사날이나 먹었어요.
겨울에 사과을 머리에 이고온 보따리 장사 아줌시가 무진장 반갑기도 했어요..
근데 알맹이는 울 동생이고 전 껍질을 먹었지요..
당연시 그렇게 먹어야 하는 건줄 알았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영양가 있는 건 제가 다 먹은듯 싶어요..
국수를 홍두께로 밀면서 엄니는 내게 온갖 푸념을 하셔도 그냥 그러는 건줄알고
그냥 빙그레 웃고만 있었던 나...국수 꼬랑지 남겨주시면 아부지 소죽끓이던 곳으로 달려가던
그 꼬맹이는 그냥 웃어야만 하는 건 줄 만 알고 베시시 웃고만 있었지요
어젠 슬며시 내가 천덕꾸러기였지뭐....했더니 울 엄니...사랑의 천대였다고 말머리를 돌리시더라고요
그러면서 눈물을 훔치고 계십니다...
이젠 말해드려야 할것 같습니다..
엄니 그래서 내가 잘 참고 살아내고 있다고....
그것이 내 인생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이지요..
그래서 내가 지금껏 행복하게 사랑받고 잘 살고 있는 비결인지도 라는 것을요
엄니랑 순두부국으로 점심을 먹고...함께 버스를 나란히 타고 오면서도...웬지 좋은지..
그래요...내 마음 아직도 비벼낼수 있다는 것이 참 좋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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