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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날엔 횡재하는 날도 있었어

*내안의 그때는 말이지

by 김용자 2008. 6. 18.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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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맞춤이라는 옷을 입어봤어.

읍내를 가려면 십오리는 걸어가야 하고

이따금 한번씩 하루에 세번 들어오는 버스를 타야 하는데.

울 아버진 늘 걸어다니셨던것 같아.

 

까아만 마이에 하얀 칼라두장 바지하나 그렇게 맞춰입고선

중학교 가는 날만 기다렸던것 같아.

입어보고 다시 또 입어보고 ..왜 그리 좋던지..

두메산골이라 중학교 진학도 못하고 돈벌러 나간다는 동무들도

몇몇 있었지..

 

아침 버스시간이 여덟시라서 겨울엔 좀 괜찮은데

여름엔 영 울 등교시간이랑은..늦어서.

걸어다녔지..

새벽 여섯시면 일어나 세수하고 밥먹고 가방을 들고 나서는 거야

단발머리 소녀가 됐지 이젠 꼬맹이에서 벗어나서 말야

 

안개가 어스럼하게 낀날에도

이슬비가 내리는 여름날에도

입김을 호호 불면 하얗게 쏟아져 나오던 그런 날에도

가방을 들고 집을 나서면 저어기 산등성이 쪽으로 동무들은 모여들였어

나란히 한줄을 서서 한고개을 넘고 또 한고개를 넘고..

신작로를 따라 가면 오리 소나무가 나왔어...그쯤을 사람들은 오리쯤 왔다고 해서

오리소나무라로 했지 밭 가장자리에 있던 그 소나무..

 

십여리가 되는 길을 우린 열심히도 걸어다녔어

공동묘지옆도 지나가고..우람한 느티나무옆도 지나가고..작은 붓도랑도 건너고

논옆으로도 지나가고..하얀눈이 오는 날엔 눈도 맞으며 신나라 신나라 걸었지.

어땐 날엔 횡재하는 날도 있었어

막걸리를 배달하는 아저씨가 차를 세워주신거야..

배를 쭉우욱 깔고 막걸리 큰통에 기대어 ...타고도 집으로 갔지

어두운 밤이 내려야만 집에 도착할수 있었는데

산등성이에선 늘 아버지가 기다리셨어...

그땐 그땐 말이지 기다려 주셔야 하는 건줄 알았는데

지금 내가 엄마가 되고 보니 ...얼마큼 자식을 기다리는 목마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 뭐야..

 

 

 

어느날 말야 한의원에 무릎이 좀 아파서 침을 맞으러 갔는데

쭉 뻗친 내 다리를 보더니 한의사님...전에 육상선수하셨어요 라고 하시던데...

호호 내 다리에 입맛이 당긴게지 뭐...

아직도 내 다린 말이지 백만불짜리 다리인가봐 통통한 것이 말이여

 

지금도 울 친구들 그때 그 이야기 하며 많이 웃기도 해..

서로가 서로를 잘 이해해 주고 사랑해 주고 보드담아 주고

3년이란 세월을 함께 걸어다니며 ..주고 받았던 그 안에는 얼마큼에 사랑이

우정이 깊은 가을 말해주듯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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