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에 엄마가 말하셨어 장독대에 독들을 닦으시면서
용희야 글피는 학교에서 일찍와서 엄마일손좀 도와주렴
왜요라고 대답을 했지 모내기를 하는 날이란다.
아 그럼 돼지고깃국 먹는 날이구나...야호 신난다
맞아 자반고등어도 먹는 날이고 하얀 이밥도 먹는 날이지..
신났다 ...고깃국 먹는 그날 생각만 해도 ....작은 마음은 신이났지.
단발머리를 한 꼬맹이는..그날처럼 신난날은 없었을거야..
자꾸만 자고 싶은데
아직 닭들도 울지 않은 것 같은데
뻐꾸기도 아직 오질 않았는데
엄마는 부른다 용희야 일어나서 논에좀 가봐라 ..
대답은 크게 한다 예...
그리곤 또 곤히 잠이들어 버렸지.
야가 얼른 일어나서 논에 다녀오렴 아저씨들이 몇분이 오셨는가..
부시시 눈을 비비며 논으로 냅다 달려갔어..돌다리를 건너고
아버지가 계신 논으로 가서 한분 두분...옆집 금옥이 아버지도 오셨고
일순이네 아버지도 정님이네 아버지도 경희언니네 할아버지도
오셨어.. 세다가 세다가 논두렁이에서 졸고 있었어
쪼그리고 앉아서
붓도랑에 물은 흘러가는데..하마터면 미끄러져 물속으로 빠질뻔했뭐야
다시 엄마에게로 달려가 미주알 고주알 ..이야기를 하고
학교가는 길에 막걸리가 든 주전자를 들고 엄마는 광주리에 밥을 이고
논까지 함께했어......학교에서 파하자 언능 집으로 돌아온 꼬맹이는
마루위에 있는 막걸리가 먹고 싶어졌어. 호기심이 생긴거지
엄마가 맛나게 끓여놓은 고깃국에 하얀 쌀밥을 한그릇 뚝딱 비우고
노릇노릇하게 구워놓은 자반고등어도 먹었지..
냉장도고 없던 시절 울 하늘아래 첫동네 내가 살던 충청도 촌구석엔
내가 중학교 다니던 해에 전기가 들어왔어..
바다가 없어서 바닷고기 구경하기도 힘들었지
이십여리를 가야 있었어..읍내 장터에 말이야
배가 부른 꼬맹이는 노란 주전자에 들은 막걸리를 먹기 시작했어
삭카린을 타서...일순이가 말했어 그렇게 먹으면 맛나다고
정말 맛났어 아버지 밥그릇에 한가득 부어 먹었는데...
어쩌면 좋으니 밭고랑이 이랑이 되고 이랑이 고랑이 되고..
그날 손바닥에 가시가 찔려서....그리곤 모르겠어 집에 와서 잠이들었나봐..
최고의 날 하얀쌀밥을 먹고 돼지고깃국을 먹고 노릇노릇한 자반고등어를
먹던 그날이 자꾸만 생각이 나...아카시아 꽃이 피고지고..이렇게
모내기 하는 날이오면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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