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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국기가 휘날리던 그날...

*내안의 그때는 말이지

by 김용자 2010. 1. 28.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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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살이 된 꼬맹이는

며칠째 잠을 설쳤다.

 

며칠전서부터 언니가 만들어준 원피스를 입고

엄니가 싸준 김밥을 들고 소풍을 간다.

시퍼렇게 흘러가는 강물을 보러 간다.

강옆 둑으론 예쁜 핑크빛 꽃들이 피어있는 그곳으로...

 

빨알간 운동화를 신고 하얀레이스가 달린 셔츠에

잿빛 원피스이다.

 

밤이면 꼬맹이는 꼭 가슴에 원피스를 안고 잤다.

들뜬맘에...체크무늬인 빨알간 색이 많이 들어간

그 가방속엔 부추넣고 계란넣고 소금간한

맛난 김밥이... 

며칠전서부터 닭이 낳은 알을 모여두신 그 달걀이

내 가방속엔 찐달걀로 변해 들어있겠지..

 

시퍼런 물이 흐르는 그 강물을 우린 바다라고 했지.

바다라고도 했어..

꼬맹이들은 말이지...

목소리 청 높여 높여 손에 손잡고 걷던 그 길....

그 비포장인 신작로길엔....우리 발자국 자국이

남고 남아....노래 부르는 그 종달새들의 흔적을 남기고

.....................

 

 

열한살 그 꼬맹이는..

전날 학교마당에 쭉우욱 달려지는 만국기들을 보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시집간 언니도 온댄다..

엄니는 추석날한 송편을 다시 쪄서 가져오실거고

꽃넣어 찍어낸 기장떡도 가져오실거고

옆집에서 나눠준 밤도 몇알 쪄오시겠지

 

총알 터지는 소리가 들리면

일등으로 달려나가야지...

그래 일등할거야..

 낼이면 오렌씨도 먹을거야..

울 언니가 사올거니까...

 

며칠전서 부터 설렜다..

연습도 하고..무용도 하고 사물놀이도 열심해 했다

꼬깔모자도 쓰고 삼색띠도 두르고 작은북도 열심히 치고

언니한테 근사하게 보여줘야지....

 

열한살 꼬맹이는 설레고 있었다...밤잠을 설치면서 말이지...

 

37년전의 그 사진을 보고있을려니 지금도 심장이 쿵꽝쿵꽝

뛰기시작하고 설렌다....

낼 소풍 가는 아주 작은 계집아이처럼

낼 운동회를 하는 아주 작은 계집아이처럼

 

 

 

어제 언니가 전혀 뭘 먹지 못해 동네 병원에서 영양제한대 먹고 칼국수를 먹었다.

그래도 그렇게 먹는 모습을 보면 좋은데...

언니집에서 지난 앨범 보다가....언니 앨범에 있는 내 사진을 가져왔다..

언니 앞에선 태연한척 하지만 내겐 곱으로 힘든 시간이다..

마음이 많이 무거우니까....그렇다고 희망을 놓는 것은 아니다...

희망이 있어도 웬지 마음이 무거워 난 아프다....언니를 뒤로 하고 돌아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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