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화롯불에 불씨가 몇개 남아있습니다
쇠부지깽이로 이리 뒤지고 저리 뒤져 희미하게 사그라지는
작은 불씨을 찾아 재로 날려봅니다.
아버진 소 여물을 썰려 엄니랑 함께 나가시니..
꼬맹이 슬금슬금 따라나가 물지게를 지고 우물로 향한 발자국을 옮겨요
동네 한쪽에 우물을 만들고 함께 먹는 우물엔 겨울엔
건수라 그리 많이 물이 나오지 않고 쫄쫄 거리고 나와
때를 잘 맞추면 힘들여 들여올리지 않아도
반통은 떠낼수 있어 꼬맹이는 꼬맹이 나름대로 꾀를 부려보고 있지요
우물엔 물이 고여있습니다
물지게를 내려놓고 퍼 올리기 시작하고..
아직 한통을 다 져내기엔 힘이 부족합니다
반통씩 양쪽에 넣어 무게 중심을 잡아보긴 하는데.
옆으로 앞으로 뒤로...서너번 하다 곧장 잘 걸어갑니다..
힘이 부치면 쉬고 또 쉬고..뒤뚱 뒤뚱..
집 부엌 동이에 갔다 부우면 울 엄니 칭찬을 하십니다
오늘 저녁엔 된장에 박힌 고추을 먹을수 있을것 같네요
엄니께서 장독대에서 고추를 꺼내 오시는 걸 꼬맹이는 봤지요
된장에 박힌 고추를 잘게 썰어 참기름에 달달 볷아 내오면
꼬맹이는 보리밥 한그릇 쓱싹 비벼 잘도 먹어냅니다
장작불로 소죽을 끓인 방안 구들장은 뜨끈뜨끈 잘잘 끓고
화롯불에 화기는 방안에 위풍을 없애고...엄니는 화롯불위에
고구마를 넙적하게 썰어 구워주십니다...
절벽같은 깜깜한 밤이 오고
나란히 나란히 누워 ...호롱불을 끄고..
한참을 잤을려나 꼬맹이는 깨어 한참을 뒤적이고 있습니다
아랫배는 통통히 터질듯 싶은데
문고리를 선뜻 잡지를 못합니다.
뒷간이 멀어 마루에 놓인 요강으로 가야하는데
곤히 잠든 엄니를 깨울수도 없고
아랫배는 이제 아파오기 시작하고
나가야만 합니다
장독대 흙담옆에 서 있는 대추나무 위에 검은 새 한마리가 앉아있어
숨을 죽이고...숨쉬는 소리가 나면 금방이라도 날아와 낚아채어 날아갈듯한..
후다닥 닥닥..
방으로 냉큼 뛰어 들어간 꼬맹이는 아직도 심장이 벌렁거리고 있습니다
조금 시간이 흘렀을까..
밖에선
부~~~엉 부~~~엉...부엉이가 소리를 내고 있었지요...
그 부엉이 지금 생각하니 울집 닭들을 탐내고 있었던 게야...
소리없이 있다가...그 탐한 맘 내게 들킨게지...그 녀석도 놀랬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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