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갈이을 절여 씻어 놓고
마늘까고 실파 다듬고.........찹쌀풀 쑤려고 하는데
현관문이 열리며 지섭이가 화들짝 들어온다.
손엔 작은 종이가방을 들고.
"이모 할머니 이모 할머니랑 그림그릴려고, 시골집 그릴거야. 간식도 가져왔어"
"언능 와 섭아 할머니랑 시골집 그릴거야"
"예"
거실바닥에 펴놓고 시작한다.
A4용지 위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는 녀석
한쪽 귀퉁이에 집을 그려놓더니
" 어어 우리 작은 할아버지 집인데 시골집이야
사과나무가 우리 작은 할아버지 집엔 많아"
"근데 섭아 사과가 빨갛네"
" 어 사과가 빨갛게 익었어. 지금은 안 익었어"
"그럼 가을이야"
" 어어 가을 겨울에 우리집에 작은 할아버지가 사과 보내면 먹어
언제는 산소에 갔어 맛있는거 많이 가지고"
" 맛있는 거 지섭이는 뭘 먹었어"
"오징어"
"오징어 먹었어 술은 안먹었어"
"어어 절하고 오징어 먹었어 술은 산소에다"
" 부었어"
"예"
"산도 그릴까"
"어어 산 산소도 그려야지"
"근데 산마다 왠 산소가 많아"
"어어 산소가 많아"
" 어어 작은 할아버지 집에 쥐도 그려야지 근데 작은 할아버지가
쥐 잡았어"
" 작은 할아버지가 힘이 쎄시네"
"어어 여기는 나물 .....길로 가서 나물뜯어야 돼'
"작은 사과나무도 하나 그려넣어봐"
"어어 그래야 내가 따먹지"
"그래 지섭이는 키가 작은니까 그치"
지들 할아버지랑 할머니랑 시제 지내려 갔다온 이야기를 하면서
그림을 쓱쓱 그려낸다.
유치원에 다녀오면 온종일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녀석
이모가 그린 그림보고 벽에 붙여놓은걸
그래로 따라해서 지들집 벽에도 섭이 그림으로 도배를 하고
별도로 배운건 없지만
이야기를 엮어내는 녀석
한글공부는 정말 하기 싫어 하는 녀석
저 그림에도 한글을 넣어 우리 벽에 붙에 넣어야 겠다.
섭이가 오면 참 기분좋아 하겠다.
단어 하나 하나에 힘을 실어
산, 사과,나무, 묘지,쥐, 나물,빨강, 하늘,길,...........
우리집에 파리가 많다면서
파주 들꽃축제에 다녀왔다며
인터넷에서 본 파리지옥이란 식물을 보고
이모할머니집에 갔다 줘야 한다며 기여코 사달라고 쫄라대던
파리가 몇마리 들어갔나 확인하러 오는 녀석...
오늘은 무슨 사연을 가지고 올까 ....기다려 지는....귀여운 녀석
이모 할머니 교통사고 났을때 병문안 와선 퉁퉁 부어있는 얼굴을 보곤
무섭다고 도망간 녀석 고개돌린 녀석
그 다음에 와선 손을 꼭 잡아준 아주 작은 녀석이 많이도 컸다...
이모 할머니집에 오면 청소기를 돌리고 걸레로 바닥을 닦아내고
풀을 뽑겠다고 호미를 들고 있는...
지섭아 김치맛좀 봐 줘 했더니
녀석 맛보더니 물이 더 있어야 돼라고.....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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