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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뭔가를 준비한다는 것이 신나는...

*연이의 일기

by 김용자 2008. 5. 20.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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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주택은 이래서 좋은가 봅니다.

주인이 조금만 부지런하면 온 계절내내 꽃들을 볼수 있으니 말이지요

제비꽃부터 시작해서 온 계절내내 시도때도 없이 피어나는 노오란 민들레

연산홍 매화 그리고 저기 노오란붓꽃 보라빛붓꽃 돌나물꽃 조금 있으면

몽오리가 맺힌 장미가 피고 작약이 필거고 여름이 오면 백합이 피고

가을이 오면 쑥부쟁이가 구절초가 한몫차지할거고 겨울이 오면 하얀눈꽃으로 피어나는

 

산속에서 오늘은 아침서부터 수다쟁이들이 난리가 났습니다

뭔 이야기를 그렇게 하는지 귀기울이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오늘도 가족회의가 아닌 집안에 무슨 잔치가 있는가 봅니다.

집앞 전봇대에 와서 잠깐 문안인사 드리고  모두들 어디론가 다 사라졌습니다.

 

울 나리님은 오늘도 다섯시반에 아욱국에 밥말아 한그릇 뚝딱하고

보물들 모퉁이 돌아 안보일때까지 손흔들며 학교로 가고..

오늘은 미술공부하러 가는 날이라 제가 쬐금 여유를 부리고 있습니다.

 

 

비가 온다는 말에 그냥 밖에 음식점에서 먹으면 안될까라고 생각을 하다가도

그래도 집에서가 낫긴 나라고 하며 천막을 치기 시작했어요

아닌게 아니라 비가 오고 그래도 약속은 약속이니 울 나리님이랑

멍멍이 탕을 준비했지요.

시장은 미리 봐놓은거라서..

그래서 신나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내가 뭔가를 준비한다는 것입니다.

 

힘이 들기야 힘들지 않겠어요

울 나리님은 조선시대남자라 도와준다고 해도 별 도움이..ㅎㅎㅎ

그래도 좋습니다. 내가 할수 없는건 나리님이 해 주니까요.

둘이는 아침일찍 일어나 준비를 하고 솥단지에 넣어 끓이기 시작했지요

상을 차려놓고 사촌들까지 모여들기 시작합니다

에긍 차들은 다 두고 오십니다. 오늘은 퍽이나 드실모양입니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천둥이 쳐도

즐겁고 화기애하게 .....쬐금 추운데도 운치가 있어 참 좋으시답니다.

옆에도 포장을 다 쳤지요 비는 들어오지 않고 방수자리도 깔았어요.

캄캄한 밤이 와도 다들 돌아가실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올만에 만나 이렇게 함께하는 자리가 참 좋으신가 봅니다

아이들 고모부님은 늘 울집에서 드셔서 미안하다고 다음엔

고모부님이 한번 자리를 마련하신다고 하십니다.

그치만 전 그냥 울집으로 오시라고 합니다.

이런 시골에서 맑은 공기마시며 산새소리 들으시며

여유있게 하시라고....

 

아무리 돈이 많고 배운것이 많아도 베풀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걸 압니다.

아흔아홉섬 가진 부자가 한섬을 갖기위해 ...한다는 것보다

그 한섬을 채우기 보단 전 아흔아홉섬의 소중함을 알고 그걸 나눠줄수 있는

여유를 배웁니다.

사람들은 이런말도 합니다.

돈은 써야 다시 모여진다고..

그말을 잘 알아 듣습니다..아무리 많은 돈이 있다해도 움켜지고만 있다면....

 

어쩌면 우린 젤로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소홀할수도 있습니다.

내 형제가 어디가 아픈건지

살아가는 것은 각자의 몫이지만

그래도

그래도 옆에서 말한마디라도 힘을 줄수 있고

희망을 준다는 것을 알지요

어제는 동네분들을 초대해서 한그릇씩 드렸습니다

매일매일 얼굴보며 웃는 이웃사촌 그래서 우린 또 다른 뭔가를 맺고 느낍니다.

사랑이 있는 마을 정이 있는 마을

별건 아닙니다. 보신탕 한그릇에 이슬이 한잔이지만

그보다 더 많은 그 뭔가가 있다는 것을요..

나리님회사 동료분들께서도 한냄비 퍼 가셨지요.

작은것을 함께 나눈다는 것에 ....우린 좋아라 합니다

 

혹여 오늘  제 글을 읽고 있는 순간 아차 하고 생각나시는 분이 있다면

번호 꾹꾹 눌러 안부전화 한번 해 보심은 어떨까요..

고운날 되시고요...많이 많이 웃는 날 되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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