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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에 수저들이 춤추는 소리

*내안의 그때는 말이지

by 김용자 2007. 6. 3.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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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그락 달그락

도시락속에 수저들이 춤추는 소리

 

누가 더 예쁘게 책보를 싸는가 내기라도 하듯

저렇게 보자기에 책을 싸가지고 다녔지.

난 언니가 가방을 사줬어

빨간운동화도

언니가 서울 다녀오면 난 문명에 혜택을

하나씩 받았지..

어느날 나도 친구들처럼 달그락 거리는 소리를 내고싶어

책을 보자기에 예쁘게 싸서 학교에 갔지..

 

다들 예뻤어 촌아이들이라 지금보니 넘 예뻐

울 아이들이 보더니

엄마 엄마

북한에 있는 아이들 같아..

ㅎㅎㅎㅎㅎ

 

우리 교실뒤엔 못이 58개가 박혀 있었지

선생님께서 우리에게 일기지도를 하신거야.

바쁜 농촌이고 아이들은 공부도 그리고 일기도 안쓰는 걸 알고

학교에 남아서 일기를 꼭 쓰고 가라고 했어.

 

일기장엔 누구나 똑 같이

시작은

오늘은

오늘은

오늘은

그리고 또 하나

나는

나는

나는......

선생님은 그것에 대한 아무런 말씀을 안하셨어.

혹여 아이들이 흥미를 잃어 그나마도 안쓸까 싶었을까?

 

아이들이 다 돌아간 텅빈 교실에서 울 선생님은

우리들에 일기을 다 읽고 계셨을까..

그래서 뉘집에 무슨일이 있나를 그리고 슬쩍 그아이에게

힘을 실어주셨던것 같아..

 

선생님은 내게 초생달이라는 별명을 지어주셨지

내 얼굴이 길고  말라깽이라서 그런걸께야

내 옆 짝궁금란이는 보름달이였어 그앤 달덩이처럼 동그랬지..

 

군대를 다녀오시고 바로 울 학교로 오셨나봐

총각선생님이셨지.

선생님은 선생님 하숙방청소를 시키셨어

그러고 보면 난 선생님 사랑을 많이 받았지

선생님 방엔 항상 건빵이 있었어

 

무슨건빵이냐고...

시골분교라 정부에서 배급해 주는 것이야

처음엔 빵이였는데 나중에 건빵으로 변했어.

한주먹 그리고 또 한주먹 먹었지..

친구들이 지금도 만나면 그래

희야 넌 얼굴도 하얗고 그땐 정말 귀여웠지라고....

 

친구들도 아마 날 동생처럼 예뻐했나봐

지금도 만나면 그윽한 눈으로 바라보기도 해..

 

사랑이란 그런건가봐

처음준 그 사랑 언제나 변함없이

그리고 다 저하기에 따라 받는다고.

난 참 예쁜 아이였던건가봐...

공주병이 그때서 부터 시작된거지도 모르겠어

근데 공주보단 난 무수리를 더 많이 해

다음이야기는 무수리로 전략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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