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그락 달그락
도시락속에 수저들이 춤추는 소리
누가 더 예쁘게 책보를 싸는가 내기라도 하듯
저렇게 보자기에 책을 싸가지고 다녔지.
난 언니가 가방을 사줬어
빨간운동화도
언니가 서울 다녀오면 난 문명에 혜택을
하나씩 받았지..
어느날 나도 친구들처럼 달그락 거리는 소리를 내고싶어
책을 보자기에 예쁘게 싸서 학교에 갔지..
다들 예뻤어 촌아이들이라 지금보니 넘 예뻐
울 아이들이 보더니
엄마 엄마
왜
북한에 있는 아이들 같아..
ㅎㅎㅎㅎㅎ
우리 교실뒤엔 못이 58개가 박혀 있었지
선생님께서 우리에게 일기지도를 하신거야.
바쁜 농촌이고 아이들은 공부도 그리고 일기도 안쓰는 걸 알고
학교에 남아서 일기를 꼭 쓰고 가라고 했어.
일기장엔 누구나 똑 같이
시작은
오늘은
오늘은
오늘은
그리고 또 하나
나는
나는
나는......
선생님은 그것에 대한 아무런 말씀을 안하셨어.
혹여 아이들이 흥미를 잃어 그나마도 안쓸까 싶었을까?
아이들이 다 돌아간 텅빈 교실에서 울 선생님은
우리들에 일기을 다 읽고 계셨을까..
그래서 뉘집에 무슨일이 있나를 그리고 슬쩍 그아이에게
힘을 실어주셨던것 같아..
선생님은 내게 초생달이라는 별명을 지어주셨지
내 얼굴이 길고 말라깽이라서 그런걸께야
내 옆 짝궁금란이는 보름달이였어 그앤 달덩이처럼 동그랬지..
군대를 다녀오시고 바로 울 학교로 오셨나봐
총각선생님이셨지.
선생님은 선생님 하숙방청소를 시키셨어
그러고 보면 난 선생님 사랑을 많이 받았지
선생님 방엔 항상 건빵이 있었어
무슨건빵이냐고...
시골분교라 정부에서 배급해 주는 것이야
처음엔 빵이였는데 나중에 건빵으로 변했어.
한주먹 그리고 또 한주먹 먹었지..
친구들이 지금도 만나면 그래
희야 넌 얼굴도 하얗고 그땐 정말 귀여웠지라고....
친구들도 아마 날 동생처럼 예뻐했나봐
지금도 만나면 그윽한 눈으로 바라보기도 해..
사랑이란 그런건가봐
처음준 그 사랑 언제나 변함없이
그리고 다 저하기에 따라 받는다고.
난 참 예쁜 아이였던건가봐...
공주병이 그때서 부터 시작된거지도 모르겠어
근데 공주보단 난 무수리를 더 많이 해
다음이야기는 무수리로 전략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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