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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어기 모퉁이에 불빛이 보이면

아들바보

by 김용자 2008. 3. 6.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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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 세상이 잠이 든것 같이 조용하다.

    전엔 달이 나오지 않는 날엔 칠흑같이 어두웠지만

    이젠 드문드문 가로등이 있어 그래도 환하지.

     

    영시가 지나고

    아들한테 문자가 오면 난 나선다

    무서움도 잊은 채

    처음에 결혼해서 이곳에 왔을 땐

    각박했던 도시생활이 정말 싫어서  도망치듯

    남편을 따라 어디인지도 모르고 왔던것 같다.

    새벽에 아침밥을 지으러 일어나 부엌으로 난 창으로

    위를 올려다 보면 뿌우연 안개속에 젓가슴처럼

    불쑥불쑥 올라온 무덤들이 정말 섬짓하리 만큼 ..머리가

    삐죽 서기도해 창을 아예 열지도 않고 올려다 보지도 않았는데

    이젠 서슴없이 그 밤길에도 난 차키를 들고 나선다.

     

    조용조용 .....

    그래도 내심 조용조용 내려가 정거장에서 아들을 기다리면

    공회전을 돌리기 보단 사람들의 잠이 깰까봐 시동을 꺼놓고

    음악을 들으며 이곳 저곳을 살핀다.

    낮시간 보다 훨 빨리 냅다 달리는 차들은 이따금 보이고

    밤낮없이 일하는 공장에는 불빛이 환하고

    저어기 모퉁이에 불빛이 보이기 시작한다

    언능 시동을 걸고 차안의 차가운 냉기를 더운바람으로 채운다.

     

    재잘 재잘..

    엄마 울 학교 아이들 정말 웃긴다

    복도에서도 담배를 막 피워.

    선생님이 계시는데도 그러니

    아니 선생님 안계실때....

     

    엄마 근데 오늘은 노는 아이 한명이랑 반 친구 아이 한명이랑

    싸움이 붙었어 말싸움이였는데

    노는 아이 친구들 패거리가 오십명 쯤인가 우리 교실로 다 몰려왔어

    근데 반 친구 아이한테 티꺼우면 밖에 나가자 했는데

    그 친구는 그냥 미안하다고 잘못했다고 말했어..

     

    그래 아들 그것이 현명한 거야

    막짱 떠봤자 나만 손해야 그치.

    어 근데 엄마 잘못은 노는 아이가 잘못했는데..

    그래도 임마 50 : 1은 대단한거야

    차라리 꼬리 내리는 것이 나아 그럴땐 알았지..

    예라고 답하는 녀석

     

    초등학교 6학년때 친구녀석 하나가 다른 친구들의

    괴롭힘에 3층교실 창문에서 뛰어내릴거라고

    창에 발을 딛고 있을때

    야 임마 창밖으로 뛰어내릴 용기가 있으면 차라리

    나같으면 맞짱뜨겠다고 말해 그 아이는 다시 내려올수 있었다고

    이야기 했는데  그 아이 엄마 역시 전화를 걸어서 고맙다고..

    그러면서 울 아들 한테 좀더 친하게 지내달라고 부탁을 하곤 했던 ..그런 녀석

     

    그냥 자라고 했더니 공부좀 더한다고..

    그러는 사이 난 또 이렇게 아들과의 일기를 쓴다.......몇시간이 지나면

    다시 일어나야 할....오늘은 영어일기를 써야 한다는 아들녀석..

    그제 써 놓았던 것도 참 잘 �던데

    책상위에 올려져 있어 읽어봤더니

    지들 친구들 머리가 완전 반삭이여서 웃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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