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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넓은 등을 알게 되었을 땐

*기억속의 저편에는

by 김용자 2007. 8. 8.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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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자하게 웃어주시던

언제나 하하 하시던....

당신의 넓은 등을 알게 되었을 땐

얼마나 포근하고 따뜻하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땐

전 단발머리 하고 콧물이 조금씩 거두어 질 때 였답니다...

 

여름 날

장대비가 내리고 소낙비가 내리고 쉼없이 쏟아지던

장마비가 내리던 날 집 앞 징검다리는 다 물속에 뭍혀

학교를 못 갈 즈음....아버지는 먼저 가셔서 다리를 걷고

등을 내밀었죠....덥썩 엎혀서 흘러가는 물을 보며 건너주시던

아버지의 등은 정말 따뜻하고 포근했습니다......

 

언제나 아버진 저에 우상이였습니다...

늦은 가을날

아버진 머루 덩쿨을 잔뜩 거둬오셨습니다...

두메산골인 저희들에겐 과자도 얼음과자도..정말

먹기란 힘들었지만 그래도 라면땅 뽀빠이도 아이스께끼도

맛은 봤지만...지금 생각하면 아버지가 산에서 걷어온

산머루가 정말로 맛난것입니다...온통 보라빛으로 물들이고

언니랑 동생이랑은 신나게 먹었습니다......

 

그렇게 그렇게 그림같은 동심어린 어린 시절의 꿈들은 지금도

아름다운것 같네요...

 

성장을 하고 결혼을 하고....아버진 칠십평생을 거짓없는 땅을 벗삼아

사셨는데...이 못난 딸년 옆으로 오시며 병이나셨습니다...

엄마는 시골에서 생긴 우울증은 호전이 되었지만 아버진 향수병에

조금씩 조금씩 정신을 놓으시면서 남들이 말하는 치매에 걸리셨죠...

 

어느날 문득 문을 열고 나가신 아버지

우리 신고란 신고는 다하고 알아볼 것도 다 알아보고 여기저기

밤새 돌아다녀도 아버진 보이질 않습니다...

어떤 이들은 아마 체면때문에 가출신고도 못하는 사람도 있을겁니다...

5월 초인데..밤에 비는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하고...집나간 아버진

아무런 연락이 없고.........정말 맘도 밤도 깜깜합니다.....답답합니다..

다음날도 헤매고...간절히 빌어보고...무속인의 집에도 지푸라기 잡듯

가보고...무속인은 희망적인 이야기를 해줍니다..내일오후엔 오실거야.....

 

많이 헤매고 다닙니다..차비도 없이 그냥 입은 채로 나가셨는데...

우린 일 초라도 빨리 찾고 싶은 맘입니다...혹 집에 환자가 있어

이런 일이 있던 분이라면 공감하실거예요....마음은 점점 초조해지고

다음날도 광주시내를 다 뒤집듯이 뒤지고 파출서 앞을 지나치려니

저멀리 경찰차가 옵니다.뒷 좌석에서 두리번 두리번...........아버지다..차를 세우고

아버진 정말 허름합니다..신발도 한짝은 어디다 버리고...발은 이루말할수 없습니다,,

 

대성통곡.... 대성통곡 ....

전 그때 그런 울음이 대성통곡이라는 걸 알았습니다....실컷 아버지랑 울만큼 울고

주위를 보니 길가던 아주머니들 멈추고 함께 울고 계십니다...

시골을 모시고 갈 생각에 운전학원에 등록을 했고...열심히 다녔습니다..

 

이따금 아버지의 행동에 엄마는 절규하듯 제게 전화를 걸죠..

하긴 치매환자는 정말 모시기 힘들어요...그렇다고 시설에 모실수도 없고

꽁꽁 묶어 둘수도 없고...속상한 일은 한두가지가 아닙니다..엄마 미안해

엄마 한테 도움이 되질 못해서....제가 할수 있는 말은 그것 뿐입니다......

 

아침일찍 엄마가 전화를 했어요..아버지가 이상하다.....알았어 학원들렸다

갈께요...학원에 갈려 길을 나섰는데 접촉사고가 났어요 눈앞에서....

가슴이 떨려 학원포기 아버지에게로 가서 목욕을 시켜드리고 미음을 끓여

들이고...그것이 아버지가 제게 받은 마지막 효도랍니다..........

 

미우니 고우니 해도 기다려 주진 않습니다...

아버진 그렇게 제 맘속에 아픔을 주고 먼나라에서 행복하게 계십니다...

우리 설날 아버지랑 주거니 받거니 한잔하고 돌아오면서.......

아직도 아버진 제 맘속에서 하하하 웃고계십니다..............

 

제가 샘터일기장에 올렸던 글이여요..생각이 나서 가져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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