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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酒) 첨지가 울딸 잡았네 어쩔꼬나

*내안의 그때는 말이지

by 김용자 2007. 6. 3.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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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쏟아졌지.

눈꺼풀이 무거워서 자꾸만 자고 싶었어

용희야 얼른 일어나

일어나서

논에 가봐라 아저씨들 몇이나 오셨는지

보고 와라...예....

그러곤 다시 쌔근쌔근 잠이 들고.

아직 한참을 더 자도 될것 같은데.

엄마의 불호령이 떨어졌어.

천둥이 치는 것 처럼 말야

 

오늘은 모내기 하는 날.

동네 아저씨들 다 오신다.

하루에 몇마지기 되는 논에 벼를 다 심어야 하기에

 

모내기 하는 날은 젤로 신나는 날

엄마는 새로운 김치를 담그고

고등어 자반 숯불위에 굽고

돼지고기 사다가 김치넣고 얼큰하게

끓여내는 날..

 

논으로 달렸지.

아저씨들은 벌써 벼 모를 다 찌고 계셨어

찐다는 말은 모를 뽑아서 묶음 묶음 해 놓는걸 말하는 거야

모자리에서 다른 논에도 옮겨 심어야 하는거라서..

 

아저씨들도 많은 이야기를 하시지

웃고 서로 입담나누시며 말이야.

한분...두분...세분...세다가 난 샛도랑에서 다시 꾸벅꾸벅 조는거야

 

졸다가 다시 냅다 집으로 뛰어가지

엄마 여덟분...금옥이 아버지 창석이 아버지 금란이아버지.....

 

엄마는 아침밥을 광주리에 이고 나가시면

난 막걸리가 들은 노오란 주전자를 들고 가방을메고 쫄래쫄래

따라 함께가지

논에서 아침밥을 먹고 다시 일은 시작되는거야.

 

엄마 심부름할 생각으로 학교에서 끝나자마자 언능왔어.

근데 날 유혹하는거 ,....유혹하는 것이 있었지

엄마도 안계시고 나만있는데..난 유혹에 넘어간거야.

 

일순이가 그랬어 막걸리에 사카린을 타서 먹으면 맛있다고.

첨에 무슨맛인가 그냥 한번 먹어봤더니

먹을만은 하던걸.

 

근데 다시 사카린을 타서 먹어봤더니

정말 맛나던걸..

아버지 밥그릇으로

홀짝홀짝 먹기시작했어...

얼마나 먹었을까?

배가 부르고 하늘이 빙글빙글 도는 것 같았어.

엄마찾아 갈려고 가는데

밭 이랑이 두럭으로 보여 발을 디뎌보면 쑥들어가고

이랑이 두럭으로 보여 발을 디뎌보면 그냥 쿵이고..

 

그날 난 지구가 둥굴게 둥글둥글 돌아간다는 걸 알았나봐

빙글빙글 돌아가기 시작했다는걸.

 

집으로 돌아와 그냥 방이 따뜻하길레 누워있었어.

 

가물가물 내 귓전으로 들리는 소리

주첨지가 울 딸을 잡아버렸네 어쩔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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