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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불이 빙글빙글 돌던 그날밤

*내안의 그때는 말이지

by 김용자 2011. 2. 6.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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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오면

캄캄한 동네에 도깨비 불이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하지요.

빙글 빙글 그 도깨비 불은 원을 그리며 동글동글하게 돌아갑니다.

쪼오기 논에서도 .....쩌어기...냇가 옆에서도...

 

계집아이는 그것이 그리도 보고싶고 하고싶어 합니다.

여닐곱살된 그 계집아이는 오빠가 없어 늘 그런것들은

호기심의 대상이였지요..

 

어느날 오빠들은 울집 추녀밑에 손전등을 들고 나타났어요

"오빠 머해"

"쉿"

"오빠 머하냐고"

"조용히 하라고"

"머하냐니깐"

"쉿"

열심히 추녀밑을 뒤집니다

궁금해서 견딜수 없어 그 계집아이 더 큰소리로

"오빠들 머하냐고"

푸다닥 푸다닥.....뭔가 날아가는 소리....

"야 니때문에 놓쳤잖아"

그때서야 엄니가 나옵니다.

"니그들 새잡고 있었구나"

"예 근데 ...용희가 떠들어서 다 도망쳤어요"

그러곤 동네 오빠들은 어디론가 사라졌지요..

 

그땐 울 지붕은 볏짚으로 이엉을 만들어 덮은 초가지붕이였답니다.

새들이 밤이오면 따뜻한 곳을 찾아들어 잠을 청하면 오빠들은 그것을 잡아 구워 먹곤했지요

그렇게 동네 오빠들이 밤에 많이 활동하던 그 겨울밤..

그날도 환하게 보름달이 뜨는 대보름날이였어요.

엄니는  찰밥를 맛나게 해 뒷방에 놓아

들락날락하며 설탕에 살짝살짝 찍어먹던 그날 밤....

 

도깨비불이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우와...도깨비불이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동네 오빠들이 깡통에 불을 붙이기 시작해 자꾸만 늘어났지요...

 

계집아이 견딜수 없이 나가서 놀고 싶어집니다.

동네오빠들이 하는건 다 참견하고 싶어지기 때문이지요..

낮에 아부지한테 한껏 투정도 부렸습니다

"아부지 나도 깡통만들어줘"

"지지배가 머 할려고"

"아부지 나도 만들어줘 "

"안돼"

"아부지 나도 만들어줘 밤에 망우리 돌려보게"

"지지배는 그런거 하면 안돼"

"아부지 나빠 그거 하나 안 만들어주고"

(통조림 넣는 통만한 것에 옆면에 못으로 구멍을 뿅뿅내서 만들지요)

 

그렇게 하고 싶은데 아부지는 위험한 생각에

딸을 아끼는 마음에 그러셨을거지.......

 

슬그머니 도깨비들이 돌고 있는 곳으로 갑니다.

"오빠야 나 한번만"

"안돼"

"오빠야 나 한번만 해 볼께"

"그래 한번해 봐"

오빠는 깡통속에 나무 몇토막 더 넣어줍니다....후한 인심을 써주지요.

"쌕~~~쎅.....깡통속에 불이 활활타는 불꽃이 돌아가는 소리....가

신이났습니다....

오빠는 또 다른 깡통에 불을넣고....

신났지요...맘껏 돌릴수 있으니 말입니다..

 

이제 다 끝날때가 되어 가는지...

오빠들은 그곳에 비닐을 넣기 시작합니다....

비닐을 넣고 돌리다가....휙하고 던지면 그 타던 비닐이 떨어지면서 불꽃놀이 하는듯

그런 멋을 아름다움을 내지요....

 

그만 사단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우왕~~~~~~"

울음소리가 점점 커졌지요..

오빠들이 던진 것 중에 불이붙은 비닐 두 조각이 내 손등에 떨어졌습니다.

 

문이 열리더니 울 엄니가 들어오시네요

입춘날 절에 못가고 오늘 다녀오시는 길에 입춘대길이 쓰여진 글을 가지고 오셔서

현관문위에 붙여놓으시라네요..

잠시 글씀을 멈추고 엄니랑 콩칼국시를 만들어 한그릇씩 뚝딱 비워냈습니다.

"엄니 나 그때 망우리 돌리다가 손데인 이야기 쓰고 있었어"

"하하 하핳 그래 그럼 언능써라"

"아녀 엄니 엄니랑 쬐금 놀다가"

지난  구정 보너스로 생활용품 딸이 받아온거 나눠드리고 배몇개 귤몇개 써서

엄니 손에 들려놓고 집까지 모셔다 드리고 왔지요....

어느 부모든 마찬가지 일겁니다...

 

당신이 무슨일을 도와주고 싶어도 혹여 해가될까 싶어 선뜻 못하시고 망설이는거...

당신이 할수 있는 건 어디선가에서 뒤에서 몰래 빌어주는거.....그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계실지도...

곱게 받아 현관문위에 붙여놓으니 흡족하게 바라보시는 엄니의 눈길...은 그리 보람된거라고.....

엄니 맘속에 또 빌고 또 빌고 계시겠지요...아무쪼록 건강하고 무탈하고 돈많이 벌고 자식들 잘되고.....

어쩌면 우린 그 부모님의 마음을 반도 못 헤아리고 살아가는지도 라는 생각을 하네요.....히..글이 삼천포로.....

 

엉엉울기 시작합니다.

손에 붙은 그 비닐조각이 떨어지질 않고..

오빠들은 겁이 났는지 울 엄니한테로 업고 막 뛰기시작합니다.

엉엉 우는 소리를 듣고 울 엄니.....소리가 더 크게 들립니다.

"왜그래...용희야 왜그래"

손등을 보시더니 화들짝 놀라셨나봅니다.

"이럴땐 기름를 발라야돼 기름을 발라야된다고"

율 엄니 또 다시 업고 달리십니다

옆집 금옥이네 집으로 가네요..

석유냄새가 나는 그걸 발라 주네요..

"조금있으면 안 아플거여"

금옥이 엄니도

"그래 얼마나 아프겠냐"

"에이구 어쩌다 그렇게 했노 쯧쯧쯧"

"오빠가 오빠가"

그러면서도 어느 오빠라는 말은 안했는거 같네요...

석유는 집에도 있는데...휴발유를 발라주셨는가....

그날 엄니 무릅팍에 오랜만에 앉아본듯 싶어요.

6년만에 본 동생한테 엄니를 빼앗겼다는 생각을 했는데 말이지요......

그럭저럭 상처는 아물였는데......

 

아직도 제 오른손 손등엔 동그라미 하나가 있습니다

중지와 약지사이에도 그날 훈장이 달려있고....

근데 묘하게도 댄 흔적은 있는데 색깔이 변하지 않아 그리 많이 표시가 나질않지요....

내 왼손은 무진장 예쁜데......

그땐 정말 무진장 아파서 많이도 울었겠지만 제겐 이런 예쁜 추억이 있어서 참 좋네요

중년이 된 아줌마가 .........이따금 한번씩 추억속에 이야기를 올리는 사연이 되었으니 말이지요...

근데 혹시 지금 그 오빠 만나서 손등 성형견적 넣으면...얼마나 나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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