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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팔이 거지

*연이의 일기

by 김용자 2007. 12. 21.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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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전에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옷을 걸치고 또 걸치고 하여간 두덕두덕하게 입은 한

    할아버지..쯤 될까싶은 분이 손을 들었지요..

     

    버스 운전기사 아저씨는 그냥 지나치고

    앞에서 본 아주머니 아저씨 손 드는데 왜 안 태워 주지요..라고

    저분 거지예요...

     

    집으로 돌아와 컴을 열고 구독리스트에 도계님의 거지의 꿈이란 글이

    올라와 있었다..읽고 또 읽고..

     

    그리고 생각했다..

    내나이 21살 되던 어느날..

     

    신협에 이력서를 내고 잠시 언니집에서 언니일을 도와 주고 있었는데..

    첨엔 식당이랑 정육점을 같이 했는데...잘되니까 주인이 나가라 해서

    정육점과 식당을 따로 하게 되어..정육점에 손님이 오면 언니한테 알리는

    그런 방법으로 정육점에 있었는데..

     

    어느날 외팔인 거지가 왔다..

    언니는 그때나 지금이나 거지를 보면 십원을 줬다.

    그때 난 오십원을 준것 같은데...그 거지 사십대 초반이였던것 같다.

    근데 그 거지 나보고 더 달라고...싫다고 난 주인이 아니기 때문에 줄수가 없다고 했더니

    거지 하는 말...그럼 고기라도 짤라 달라고...참...

     

    난 주인이 아니기 때문에 못준다고..

    거지는 바락바락 달라고 한다..옥신 각신 하는데 옆집 양복점 아저씨가 오셨고

    그 거지 목소리가 더 커지고...동네사람들이 모여들고

    나중엔 .....파출소에서 순경까지 와서 그냥 가라고...해도 그 거지

    거지인 주제에 큰 소리 치더라...

     

    거지인 주제에 그렇게 기분나쁘면 거지하지 말고 떳떳이 벌어 쳐먹지라고

    그때 어떻게 내게 그런 말이 나왔는지..

    얼굴하나 붉히지 않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지하철에 멀쩡한 사람이 엎드러 있으면 쯧쯧하고 혀를 차지만

    시장에서 두 다리없이 배로 다니며 비록 어느 단체라고 말하지만

    난 여지없이 돈을 바구니에 넣어주는 그런 여린 아줌마임에도.....

     

    지금 생각하니...

    정말 나도 너무한 건가...

    청소를 열심히 하다가 막 웃어버렸다..

    컴장기 딱딱 두고 있던 나리님이 왜 웃어...

    여보 나 있잖너 예전에 거지랑 싸워봤어......ㅎㅎㅎㅎㅎㅎㅎ

    근데 그 거지 구걸이 아니고 당당하게 달라고 하던걸..

    참 웃기지 웃기잖어..그래서 싸웠어...주니 못주니 하면서 말이지..ㅎㅎ

     

    그 거지 그때 나 한테 충격받고 거지생활 청산하고 잘 살려나....궁금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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