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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잡을 께 날아가봐 훨~~훨~~

*내안의 그때는 말이지

by 김용자 2007. 6. 3.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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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눈이 내리던날

동네아이들이랑 이리저리 몰려다니며

하얀 눈송이 받아먹느라 정신이 없었어..

 

희미하게 다 타들어간 화롯불에

고사리 같은 손 쬐고 있을려니

엄마는 밀가루 반죽을 하고 국수를 밀기 시작했지

 

엄마 눈치가 영 안좋아보여.

아무말 없이 쪼그리고 앉아서 작은 불씨만 봤지.

 

지금 생각해 보니까 그건 엄마의 푸념이였는 것 같아.

 

하긴 뭐

아버지랑 14살에 만나 연을 맺였다지.

그 때 아버지 나인 24살이였고.

울 외할아버지 눈에 아버지가 잘 보였고

그 당시 엄마는 일제시대 때라 정신대에 끌려가지 않으려

동네 총각만 있으면 후다닥하는 그런 결혼이였던건 가봐..

 

아직도 울 엄마 일본말도 좀 하시던걸..

그러니 ..그 당시는 그래도 여자들이 많이 복종, 순종하며 사는

시대였음에도 울 엄마 쬐금 그런거 있었나봐..

은근히 화가 치밀기 시작하면 나를 �았어..콩 �듯이..

 

근데 근데 말야..

난 그걸 당연히 들어야 하는 건줄 알았어..

저것 때문에 훨 훨 날아가지고 못하고...하면서 말야..

그냥 듣고만 있었어..

지금도 이따금 그런말해

엄마 그때 나 때문에 못 날아갔으니까

지금 안잡을 께 날아가보라고..

 

그것이 지금 내게 살아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는 걸..

참는 거 참는다는거..

엄마가 그렇게 푸념할 때 마다 난 엄마 심기 건드리지 않고

웃음줄려고 무척이나 잘 보일려 했다는 거..

 

옆지기가 화를 내면 난 가만히 듣고 만 있지.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데 마주치지 않으니

소리가 나겠어..그러다가 후에 옆지기 기분좋을 때

한마디하지..선은 이렇고 후는 이랬다고..

그래서 참는게 이기는 거라고 하는건가봐..

 

지금도 난 그래 누군가 화를 내면 슬그머니 웃으며

화풀어 줄려하고..기쁘게 할려 하는 걸 좋아하지..

 

그런것에 조금 벗어나기 시작한 것은 내 남동생이 생긴후로지..

내 남동생은 내가 일곱살 되던해에 낳았지..마흔둥이였지..

 

언니랑 난 띠 동갑이고..

그 사이 둘의 아들을 잃고 내가 태어났으니

밉기고 했겠고 예쁘기도 했겠지..

 

남동생이 태어난 후로 엄마의 푸념은 줄어들고..

난 나의 대명사인 이름표를 달았지..예쁜용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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