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내가 이 세상을 알기전부터
울 동네 두메산골인 공식명칭도 있었지만
사람들은 심실이라고 불렀지..
심실..
심실은 한 부락을 통틀어 한 말이고
구비구비 작은 소부락은 이름이 다 있었어..
하루에 세번 다니던 버스정류장은 검단이라 불렀고
민디기..새말..골말..양짓말..만마지골.질구지.싸릿골..
골짜기마다 옹기종기 모여사는 곳에 근 열두세집 정도는 됐지
난 골말에서 살았어
봄이면 진달래가 피고
여름이면 냇가에 가서 홀라당 옷벗고 수영치고
가을이면 볏짚으로 이엉엮어 지붕올리고
겨울엔 하얀눈이 펄펄날리는 춥고 추었던
지대가 높아 더욱더 춥다던 곳...
높은 산에서 흘러 흘러 내려오는 지하수를 찾아
우물을 만들고 동네사람들은 모두 그 물을 함께 먹었지..
그런 동네에서
아줌마 네분이 임신을 했다나봐..
그중에 하나는 나지
서로 니가 먼저냐
내가 먼저냐 했다지..
지금도 우린 만나면 니가 오빠니
내가 누나니 하곤 해...
맞은편엔 울 외삼촌이 사셨는데
외숙모도 임신,..
근데 외숙모는 울 엄마보다 사흘전에 사내아이을 낳았지.
정월하고도 스므하룻날 새벽 울 엄마는 이 세상을
날 보게 만들어 주셨어..
그 때 난 힘차게 울어댓고
축복을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는 잘 모르겠어..
그래도 한 인간이 태어났다는 것엔 축복이였겠지만
사내아이가 아닌 계집아이였다는 것에 실망도 했겠지..
그렇게 그렇게 난 새벽별을 보며 이 세상에 태어났지..
지금도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새벽별만 보면 내 가슴을 설레곤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