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열한시가 넘어 전화벨이 울린다.
아무래도 늦게 오는 전화는 내 심장을 방망이질 치게 하고
언능가서 보니 엄니 번호가 뜬다..
"야한 밤에 잠도 안 주무시고 웬일"
"야아 ..텔레비가 안 꺼진다 아무리 리모콘을 눌러도 안돼"
"리모콘 건전지가 다 딸았나 보네"
"그래서 다시 사다 끼웠는데"
'그럼 건전지가 잘못 들어갔나 잘 봐"
"아니여...제대로 잘 끼웠는데"
늦게 가기도 그렇고 해
"그럼 엄니 전기 코드를 뽑아 그럼 텔레비 꺼져"
"아 그러나....알았다"
그러고 전화를 뚝 끊으신다.
몇 년전인가 울 티브 바꾸면서 엄니 갔다 드린건데..
아침에 이리저리 볼일보고 전화해 티브 나오냐고 물었더니
아직 안 나온다고..
안되겠다 싶어 남편 출근하는 길에 따라 나섰다..
가는 길이니까. 남편 하는 말...티브 다시 하나 사드려야 하는데라고
왜 그 말 한마디가 그리 고마운지...
아직 안 사도 돼....
............ㅎㅎㅎㅎ 아니나 다를까....리모콘 건전지가 제대로
들어가 있질 않은걸......
"엄니 건전지를 잘못넣었네"
"그랬나"
여러번 반복을 시키고 확인을 하고..
어제 만든 만두가 있는데 언니갔다 줄려하니 맛이 짜고 매운것 같다며
내게 맛을 보이는데..
"괜찮아유"
"그래 그럼 언니좀 갔다 주자"
주섬주섬 두 봉지 만들어 놓고
"나 점심 먹고 갈거야...왜 이리 졸리지...나좀 잘께"
늘 그랬다 왜 친정이라고 가면 잠이 쏟아지는지....
잠깐 누워있는 사이 엄니는 또 부스럭 부스럭...
국수를 밀기 시작한다.
집에 있는 울 딸 몫까지...
점심에 국수삶아 먹고 가라네....워낙 내가 엄니표 날콩가루 칼국시를 좋아하니 말이지..
손님이 찾아오고....끓여 맛나게 먹고 난 엄니가 한 만두를 들고
언니집으로 배달을 간다....
그전같았으면
울 엄니 알아서 코드를 빼고 주무셨을텐데...
이젠 조금씩 조금씩 생각에서...물러나고 계신걸까?
엄마 정신줄 놓으면 안돼 ..
꼭 붙들어야 해라며 말은 하지만
걱정이 먼저 앞서는 거는 뭘까...나 아직 울 엄니 한테 잘한것 보단
못한것이 더 많은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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