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에 쓴 글
조금만 더 크면 하늘을 찌를것만 같은
도토리 나무 사이로 긴 햇살이 뻗치기 시작하면
찌울...찌울 울어대는 찌울매미가 소리친다.
쓰름..쓰름 울어대는 쓰름매미가 금새날아든다.
이른아침 울 창가앞에 바로 서있는 단풍나무에
매미한마리 날아와..목청을 높여 울어대는 소리에
녀석 좀 부드럽게 울어야 암컷한테 찜을 받지
그렇게 거칠게 울어대서 어디..쯔쯧쯧 했지만
그 매미 그래 용감했다...목소리 하나는 하늘을 찔렸다.
.
벙어리 매미....
여름날 햇빛이 쨍쨍 빛나는 낮엔 높은 곳에서 울어대던
매미들은 땅거미가 질 무렵이면 다들 나무 아래로 내려왔다.
밭에 계신 엄마를 볼러 산을 돌다보면 매미들은 꼬맹이를 유혹했다
꼬맹이가 잡기에 딱 좋은 위치에서 목청높여 불러대면
꼬맹이는 고사리만한 손으로 살금살금 다가가 슬쩍 움칠려면
후닥 날아가 버리고 후닥 날아가 버리고...그러기를 몇번
울어대지 못한 벙어리매미 한마리 손에 걸렸다.
손으로 쿡 손가락으로 쿡쿡 찔러대도 그 매미 소리를 내지 못한다.
그래서 꼬맹이는 그 매미를 벙어리 매미라고 불렀다..
에그...울지도 못하는 매미 날아가....날아가라하곤 손으로 놓아주어도
냉큼 날아가질 못한다..
암컷으로 태어났다. 칠년이란 긴 세월동안 굼벵이로 살다 날개를 달고
땅위로 올라와 맑은 세상 만나니 그 얼마나 좋을 꼬
보름이란 그 짧은 시간동안 울지 못하고 목소리 내지 못하지만
그 많은 수컷매미 젤로 멋진 남을 만나..알을 낳을수 있는 것만으로도 족할까...
벙어리매미가 우째 자꾸만 애처로운 생각이 들어...
감나무에 쫘 달라붙어 카메라를 바짝 들이대도 도망갈 생각은 못하고
찜해놓은 수컷매미 몸달아 멀리 날아가지 못하고..빙빙 돌고 돌아....
고향으로도 돌아가고 있나 보다
한낮 더운 여름날에 동네가 떠나가라 울어대던 수컷매미들도..
벙어리로 살아왔던 그 며칠날의 암컷도 ....
이젠 소리가 잔잔히 들리는 걸보면..
어쩌면 나도 벙어리 매미처럼 여즉 살아온 삶인지도 모른다.
참아낸다는거....그것 하나만으로도
나를 성숙한 여인네로
행복한 여인네로 만들어 낼수 있었음을...
그러기에 나를 사랑할수 있었음을............내게 박수를 보낼수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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