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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맞이 꽃 =자화상

내가 읽은 시와 명언들

by 김용자 2022. 7. 25.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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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  

                         서정주

 

에비는 종이었다. 밤이 깊어도 오지않았다.

파뿌리같이 늙은 할머니와 대추꽃이 한주 서 있을뿐이었다

어매는 달을 두고 풋살구가 꼭 하나만 먹고 싶다하였으나--흙으로 바

람벽한 호롱불 밑에

손톱이 까만 애미의 아들

갑오년이라든가 바다에 나가서는 돌아오지 않는다 하는 외할아버지의 숯

많은 머리텔과

그 크다란 눈이 나는 닮았다한다.

스물세햇동안 나를 키운 건 팔할이 바람이다

세상은 가도가도 부끄럽기만 하드라

어떤 이는 내눈에서 죄인을 잃고가고

어떤 이는 내입에서 천지를 잃고가나

나는 아무것도 뉘우치진 않을란다.

 

찬란히 타워오는 어느아침에도

이마우에 얹힌 시의 이슬에는

몇방울의 피가 언제나 섞여 있어

볕이거나 그늘이거나 햇바닥 늘어 트린

병든 숫개마냥 헐덕어리며 나는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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