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긋난 약속
동구밖을 바라보다
발이 코에 걸린 듯 만 듯
어머니는 급한 맘에
달려 나간다
하얀 차 한 대가 지나간다
엊그제 큰 아들
어머니 뵈려 갈게요라고
한 약속이
오늘이지 오늘맞는겨
이슬 맞으며 따다
노각오이김치 한 사발
지난해 배운 가지튀김
아들 온다는 오늘
신이 난 어머니
아들 약속은 언제일까
어머니는 오늘인데...
빗방울 나이테
김용자
동그라미를 그리는
방울방울 빗방울
한 방울 똑
두 방울 뚝
나이테를 만들고
독이 크면 큰 데로
작으면 작은 데로
항아리 뚜껑 위에
그리며 사라지는
그들이 지키는 배열의 질서
지붕 위에서 떨어진
굵은 낙숫물
욕심이라는 것이
배불뚝이를 만들고
덕지덕지 돋보기 감아
눈뜬장님 만들어도
나이테는 돌아가겠지
빗방울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