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름발이 의자
김용자
양지바른 감나무아래
절름발이 낡은 의자가
하늘을 바라본다
나뭇가지에
옹크리고 앉은 산새
하얀 속 비움하고
사뿐히 하늘로 오른다
등이 휜 해바라기 닮은
아버지는 감나무 그늘막 삼아
낡은 의자에 기대어 온종일
말없이 함께 놀다
검정고무신 위로
살갗이 올라온 발등
따스한 물
한 바가지로 녹여내고
홀연히 긴 여행을 떠난다
달을 닮은 해바라기들
감나무 아래 홀로 남은
절름발이 다리를 감싸 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