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마지막 시 한 줄

카테고리 없음

by 김용자 2024. 6. 5. 22:26

본문

 

뻐꾸기가 노래하는 아침입니다.

엄니는 밥상을 들어오고 아침 일찍 분주한 모습이 보입니다.

책가방에 책을 넣고..... 학교에..... 갈 준비를 하지요.

오늘은 심배나무골 콩밭에 밭매러 갈러한단다..

학교 다녀와서 점심밥 챙겨 먹고........

 

엄니는 그리 당부를 하고 아부진 지게를 지고

큰 노란 주전자를 들고 나서고...

 

학교에 다녀온 꼬맹이는 그날도 까만 중간가마솥에 들어있는

밥 한 그릇을 뜨고 찬물에 말아 마늘장아찌랑 함께 점심을 먹습니다.

부엌에 쪼그리고 앉아 먹는 그 밥맛은 정말 꿀맛입니다.

아무래도 엄니가 있는 곳에 가봐야 할 듯싶습니다 작은 가슴에...

 

엄니가 있는 심배나무골 밭은 만 마지기 골을 지나 산속으로 가야 합니다..

굽이굽이 작은 길을 따라가는 길엔 꼬맹이가 좋아하는 먹거리가 있습니다.

 

찔레나무가 찔레꽃이 필 때면 중년이 된 여인네는 또 꿈을 꿉니다... 그때... 꼬맹이였을 때를 말이지요...

 

사람들이 다니는 밭길은 겨우 한 사람이 밟을 만큼이지만 그래도 좋습니다.

밭마다 각 집에서 심어놓은 다 다른 곡식들이 있고 비슷한 것도 있고 똑같은 것도 있습니다.

 

엄니를 보러 가는 길.... 심배나무골.... 밭 우리 밭엔 콩이 많이 커있을 것 같습니다.

 

찔레덩굴이 많이 들어져 있습니다.

저렇게 하얀 꽃들이 피어있고... 땅속에서... 새로 올라온 찔레를

똑 꺾어 먹습니다..

약간 뜰뜨름한 맛이 입안에 퍼지고 그 고유한 찔레맛은 꼬맹이의 입맛에 짝 달라붙습니다..

멀리 엄니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꼬불꼬불 산길은 작은 돌멩이도 큰 돌멩이도 많이 박혀있습니다.

 

"엄마.... 엄마....".

"네가  어서 와 물먹어라"

엄니는 산속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한 줌 받아먹으라고 하십니다.

"쬐만  밭도 다 메가고... 산딸기... 따라가자"

꼬맹이는 신바람이 났습니다.

쭐래쭐래 엄니 꽁지를 따라 올라가 보니 산딸기가 지천으로 널려있습니다...

큰 노란 주전자엔 금세 빨 알간 산딸기로 가득 차고 입가엔 산딸기 물이 들기 시작합니다.

 

노란 주전자 속에 가득 들어 있던 그 산딸기를...... 보고 싶어 집니다....... 보고 싶어 집니다.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어 지네요

아직도 그 자리에 그곳에 산딸기가 있으려나......

울 아버지가 하루에도 서너 번 다니시던 그 밭길 작은 오솔길이 남아있을거나 싶은....

이렇게 산딸기 꽃이 피고 찔레나무 꽃이 필 때면 이 여인네는 그때의 그날을

회상하며 행복에 젖어봅니다....

무척이나 그리워지는 나의 지주였던 울 아버지가 가슴 저리도록 보고 싶어 지는 날입니다.

 

이력서에 쓴 막지막 시

 

진지한 표정을 짓고

마주 앉은 딸과 어머니

비밀 약속 맺고

어머니의 따스한 손길

환한 웃음 전해오네

 

흘러간

긴 시간들

비밀약속이 버팀목 되어

한 줄 덧 붙여 쓰인

마지막 줄이 된 대학 졸업

 

고등학교 보내주면

송아지 두 마리 사 드리겠다던

약속은  비밀 속에 갇혀

속으로만 꺼내보다

 

시 한 편 크리스털 속에 넣어

어머니 영혼 앞에 놓아 드리며

퉁치자 엄마 고마워

메아리 되어 돌아오는 말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