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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와 같이 부른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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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자 2024. 5. 16.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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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와 함께 부른 노래

국어국문학과 4학년 김용자

 

엄마 노래 부르자 시작

내가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 꽃 살구 꽃 아기 진달래~~~

휠체어에 몸을 실은 엄마와 그 뒤를 밀고 있는 딸의 노랫소리가 아직도 귓전에서 울립니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엄마랑 같이 노래 부르며 희미해지는 옛 기억을 찾아내려고 했습니다.

초가지붕위로 붉게 익어가는 금옥이네 감나무는 엄마를 속상하게 했지요. 감잎은 가을 지나 겨울이 다가오면 우르르 지붕 위로 떨어져 지붕이 더 빨리 썩는다고 성화 셨습니다. 무던히 지켜보는 소처럼 아버지는 그냥 듣고만 계셨지요

그 기억이 엄마 머릿속에 남아있을까 싶어 물어보면 대답은 무엇을 여쭈어 보아도 몰라 입니다.

엄마 겨울밤 화롯가에 앉아서 사과 깎아 먹던 생각 나

몰라 입니다.

오십여 길인 제천에서 물건을 사다 파시는 아주머니가 그날은 사과를 큰 소쿠리에 이고 오셔서 콩이랑 바꿔 밤에 두알 가져와 사과를 깎으십니다.

껍질을 조금 두껍게 돌립니다.

마흔 줄에 귀한 늦둥이 아들 그 아들은 속알를 주고 딸은 껍질을 먹습니다. 엄마는 그 이야기를 하면 그냥 웃지요. 당신이 언제 그랬느냐고 했던 날도 있었는데 그 기억마저도 한 토막을 잘라버리고

엄마 우리 구인사 가던 생각나 얼음이 강을 덮친 날 살살 얼음 위를 건너고 눈 쌓인 산비탈을 두 모녀는 기도 여행을 했지요.

서로 살피면서 하나의 기도 제목을 가슴에 품고 갑니다 말은 안 해도 엄마는 당신 병이 나을 수만 있다면 이라고 기도를 하셨을 테고, 작은아이는 우리 엄마 아프지 않게 해 달라는 그 맘으로 함께 찾아가는 길, 간절히 아주 간절히 기도하며 한발 한 발 걸었지요. 이미 신발은 눈을 밟으며 들어온 눈가루에 다 젖어 있어도 추운 것을 모른 채 갔던 그 이야기에 엄마는 반야심경을 외우고 있습니다.

어렴풋이 옛 기억이 살며시 한쪽만 남은 뇌 속에 들어와 잠시 스쳐 가나 봅니다.

친구들이랑 신나게 동구 밖에서 놀고 있을 때 엄마는 용희야 하고 부릅니다.

 대답을 하고 신나게 뛰어 들어가는 소녀의 모습이 그립습니다.

개미가 먹잇감을 물고 산을 넘습니다. 작은 몸에 두 배로 큰 먹이를 물고 가는 모습을 엄마와 딸이 지켜보면서 천천히 따라갑니다. 너무 힘들어하는 개미를 엄마는 딸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합니다. 개미를 구해보라는 눈빛은 역력하지만, 딸도 어찌할 사항은 아닙니다. 열심히 어디론가 가는 개미는 엄마를 닮았습니다.

엄마의 손은 약손이고 뭐든지 척척 해내는 요술쟁이였지요.

 

엄마 우리 개미 따라가지 말고 네잎크로바 찾기 놀이하자

긴 막대를 왼손에 들려주면 차근차근 찾는 엄마랑 딸은 노래를 부릅니다. 내가 살던 고향은 꽃피는~~~토끼풀꽃으로 엄마 열 손가락에 꽃반지를 끼워 드립니다.

노랫소리는 꼬리를 감추듯 점점 작아집니다. 둘은 마주 보고 앉아 눈만 깜빡거리고 있습니다. 언제나 몰라만 하던 그 몰라 바보는 여우가 시집가는 날 하늘나라로 긴 여행을 떠났습니다.

무더운 여름날 밥맛을 잃어버린 날엔 엄마의 날콩가루 국시를 좋아하던 딸은 엄마가 하시던 그 양푼에 콩가루와 밀가루를 섞어 흉내를 내고 있습니다.

엄마하고 부르면 언제나 늘 기다려 주시던 엄마, 함께 입 모아 부르던 그 노래를 오늘도 중얼거립니다. 냇가에 수양버들 춤추는 동네 그 속에서 살던 때가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