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이 휜 해바라기
서랍속에서 하얀봉투 하나가 나왔다
반들반들한 검은 몸매에 하얀 솜톨옷을 입었다.
새싹들이 올라오는 봄도 지나고 여름도 지났다.
가을도 절반은 지났는데 땅에 묻었다
자동 현금 인출기 앞에 섰다
나란히 놓인 봉투 두 개를 꺼내 들었다
인출기에서 나온 돈을 봉투에 넣었다
부드러운 땅을 뚫고 싹이 나온다
반가운 마음에 바라기와 해
하얀봉투를 들고 초가집 안으로 들어간다
인기척에 뛰어나오는 아버지
방문보다 더 작은 등이 휜 아버지
눈에는 눈물이 맺힌다
평생 놀이터였던 몇마지기 논과 호미
산딸기가 많았던 산골짜기 밭언저리
꼬불꼬불 산길따라 걷던 숲길
거실로 이사온 바라기와 해
밝은 곳을 따라 굽어지는 등
바라보다 천원이 생각났다
닳아 귀퉁이도 잘려나간 꼬깃해진
서랍속에 있던 천원짜리 서너장
해를 따라가는 바라기는 노랗게 꽃망울 만드는데
자식들 위해 등이 휘는 것도 외면했던 마음속의 지주는
바다건너 먼 여행 떠나더니 돌아오질 않네
00문학 34회 문학상 우수상 수상하다 12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