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지 못한 습성
김용자
벽에 걸린 그림은 그대로이다
어제 보던 책도 펼쳐진 채 책상위에서 뒹글고 있다
책 속에 그림이 쩍 갈라져 있다
생각하지 않았던 채송화 옆에
납작 엎드린 풀을 잡아챘다 반 동강이가 났다
뿌리 채 뽑아 버릴려 했던 뿌리는 땅속에 남겨졌다
발바닥에 티눈이 깊이 베겨 빠지지 않아
곪아버리도록 두어야 할 버리지 못하는 습성
얼음덩어리 넣어 물 한 컵 들이 킨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나를 부르는 노래
하늘은 어제의 맑음과 똑 같이 맑음이다
개미들이 줄지어 지나간 자리는
지진이 난 것처럼 갈라져 있다
발로 쓰으윽 밀어더니 원래 그 자리이다
발바닥에 베긴 티눈을 빼버렸다
앓던 이가 빠진 것처럼 시원하다
버리지 못한 습성을 과감하게 자르고
희망이란 나무를 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