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와 소녀
나무 초리 끝에 매달린
잎새 한 잎이 그네 놀이를 한다
길 가던 나그네 걸음을 멈추고
물끄러미 바라본다
누군가 앞에서 손짓한다
자드락 길을 따라 들어가니
뿌연 안개가 커튼을 친
낯설지 않은 풍경
가풀막인 까치고개가 눈앞에 있다.
소녀는 사뿐히 산등성이에 섰다.
성냥갑만 한 버스 한 대가
흙먼지를 날리며 달려간다
언덕에 흘러가는 노란 들국화가
마주 보고 눈인사를 나눈다
소녀는 싱긋 웃어주고
고개를 뚝 하고 꺾어
한 옹 큼 잡아들었다.
맑은 햇살은 뿌연 안개를 삼켰다.
싸라기별과 함께 에움길을
따라 소녀는 걷는다
나그네는
소녀의 발걸음에 장단을 맞추며
다시 걷는다
나무 초리에 매달린 잎새는
여전히 그네 놀이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