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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와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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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자 2022. 12. 13.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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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와 소녀

 

나무 초리 끝에 매달린

잎새 한 잎이 그네 놀이를 한다

길 가던 나그네 걸음을 멈추고

물끄러미 바라본다

 

누군가 앞에서 손짓한다

자드락 길을 따라 들어가니

뿌연 안개가 커튼을 친

낯설지 않은 풍경

가풀막인 까치고개가 눈앞에 있다.

소녀는 사뿐히 산등성이에 섰다.

성냥갑만 한 버스 한 대가

흙먼지를 날리며 달려간다

언덕에 흘러가는 노란 들국화가

마주 보고 눈인사를 나눈다

소녀는 싱긋 웃어주고

고개를 뚝 하고 꺾어

한 옹 큼 잡아들었다.

맑은 햇살은 뿌연 안개를 삼켰다.

싸라기별과 함께 에움길을

따라 소녀는 걷는다

 

나그네는

소녀의 발걸음에 장단을 맞추며

다시 걷는다

나무 초리에 매달린 잎새는

여전히 그네 놀이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