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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술래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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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자 2022. 11. 5.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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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술래잡기 

 

   후두둑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빗물받이 관을 타고 내려오는 소리가 점점 커진다. 이 맘때였지 오월초순

아침 저녁으로는 제법 추운 날씨다

파릇파릇 새싹들이 돋기 시작하고 봄을 알리는 문이 활짝 열려 입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아버지는 주방에 있는 수저들을 당신 방 서랍속에 다 가져다 놓으셨다

아버지 절대기억속엔 충청북도 0000000000번지이고 삼남매의 이름석자이다. 거실이 넓은 집에 아버지는 늘 혼자셨다 동,서로 난 큰 창가로 왔다 갔다 하며 밖을 바라보셨다

어느 봄날

아버지는 술래잡기 놀이를 하고 싶으셨을까

이틀 째 꼭꼭 숨어 나오시질 않으셨다

엄마가 저녁에 퇴근하고 돌아와 현관문이 잠깐 열린 사이에 아버지는 엄마 슬리퍼를 신고 나가셨는데 정말 잠시 잠깐사이에 아버지는 술래가 되었다

경찰서에 신고는 해 놓고 아버지 찾아 삼만리에 나섰는데 캄캄절벽이라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뒤쪽이 산인데 산에만 올라가시지 않기를 기도했다

병원 응급실에도 전화해 보기도 하고 그렇게 첫날은 애간장을 다 녹이며 밤이 지나갔다 혹시 버스를 타고 나가셨나 싶어 모란에 나가 찾아다니가 점집이 눈앞에 보여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들어가니 이 할아버지 걱정마 어느 할머니가 잘 데리고 다녀라고 걱정을 덜어준다 아버지는 외할아버지가 누워계신 방이 추울까 방을 살피고 일찍 나가서 군불지펴 드리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외할머니가 잘 보살피나보다 위안을 삼는다 하루가 가고 담날 광주 시내로 나섰다 얼마큼 걸었을까 경찰차가 한 대 오는데 아버지가 뒤에서 고개를 두리번 거리고 계신다 차를 막 세웠다 아버지와 동생이랑 셋이는 얼싸안았다 주체할수 없는 눈물이 흘러내린다

아 대성통곡이라는 말이 이런 것이구나 하고 후에 느낀 단어이다

지나가던 행인들도 함께 눈물을 훔치며 달래준다

경찰분이 말하기를 주소만 외신다고 맞아요 우리 고향 주소입니다라고

아버지를 바라보니 슬리퍼 한쪽은 없고 발은 이리저리 상처이고 몰골은 어디에 비유할수 없으리 만큼 초라하고 추하지만 우린 살아계신 반가움과 찾았다는 안도감에 눈물은 줄줄 흘러내렸다. 지금도 그날 아버지 모습이 눈에 선하다 갑자기 저 아래서 훅하고 올라와 눈이 뜨거워 진다.

어미가 자식을 잃고 헤매는 그 애절한 마음과 자식이 부모를 잃어버리고 찾아 헤매는 그 마음의 차이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 갑자기 든다. 자식은 아무것도 모르고 나가 길을 잃어버리고 부모역시 치매라는 그 무서운 병에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가 되어 길을 헤맨다. 하룻밤이 천 밤 만밤이 되는 것처럼 느껴지고 혹 그 밤이 비라도 내려 저체온증에 시달려 잘못되며 어쩌나 홀딱 밤을 세우고 지금이야 차도 있고 시시티브도 있으니 밤새 돌면서 찾아도 되었지만 우리 아버지가 고향간다고 나간 그 때만 해도 힘든 시기였다.

입술이 바짝 바짝 타들어가고 온 애간장을 녹이는 애타는 심정은 이루 말할수 없으리 만큼 힘든다. 그날도 논에 일하러 나오신 분이 쓰러져 계신 아버지를 발견하고 신고를 해 주셔서 집으로 돌아오실수 있었다 참 고마운신 분들이 많은 세상에 따뜻한 분들이 더 많은 세상 그래서 살맛나는 것이 아닐까. 그 눈물이 다 닦아질수 있었던 것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