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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와 함께 부른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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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자 2022. 11. 3.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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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와 함께 부른 노래

 

엄마 노래 부르자 시작

내가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휠체어에 몸을 실은 엄마와 그 뒤를 밀고 있는 딸과의 노랫소리가 아직도 귓전에서 울립니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뇌경색을 심하게 맞은 엄마는 편마비가 와 반쪽을 쓸 수 없었고 삼킴 장애도 와서 배로 호수를 넣어 식사하십니다.

엄마랑 같이 노래를 부르며 희미해지는 옛 기억을 찾아내려고 했습니다.

초가지붕에 붉게 익어가는 금옥이네 감나무는 엄마를 속상하게 했지요.

감잎은 가을이 지나 겨울이 다가오면 우르르 지붕 위로 떨어져 지붕이 더 빨리 썩는다고 성화 셨습니다.

무던히 지켜보는 소처럼 아버지는 그냥 듣고만 계셨지요

그 기억이 엄마 머릿속에 남아있을까 싶어 물어보면 대답은 무엇을 여쭤봐도 몰라입니다.

엄마 겨울밤 화롯가에 앉아서 사과 깎아 먹던 생각 나

몰라입니다.

오십여길인 제천에서 물건을 사다 파시는 아주머니가 그날은 사과를 큰 소쿠리에 이고 오셔서

콩이랑 바꿔 밤에 두알 가져와 사과를 깎으십니다.

껍질은 조금 두껍게 돌립니다.

마흔 줄에 귀한 늦둥이 아들 그 아들은 속알를 주고 딸은 껍질을 먹습니다.

엄마는 그 이야기를 하면 그냥 웃지요. 당신이 언제 그랬느냐고 했던 날도 있었는데 그 기억마저도 지워졌나 봅니다.

친구들이랑 신나게 동구 밖에서 놀고 있을 때 엄마는 용희야 하고 부릅니다.

대답을 하고 신나게 뛰어 들어가는 소녀의 모습이 그립습니다.

개미가 먹잇감을 물고 산을 넘습니다.

작은 몸에 두 배로 큰 먹이를 물고 가는 장면을 엄마와 딸이 지켜보면서 천천히 따라갑니다.

너무 힘들어하는 엄마는 딸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합니다.

개미를 구해보라는 눈빛은 역력하지만, 딸도 어찌할 사항은 아닙니다.

엄마 우리 개미 따라 가지 말고 네 잎 클로버 찾기 놀이하자

긴 막대를 왼손에 들려주면 차근차근 찾는 엄마랑 딸은 노래를 부릅니다.

내가 살던 고향은 꽃피는~~~토끼풀꽃으로 엄마 열 손가락에 꽃반지를 끼워 드립니다.

노랫소리는 꼬리를 감추듯 점점 작아집니다.

둘은 마주 보고 앉아 눈만 깜빡거리고 있습니다.

언제나 몰라만 하던 그 몰라 바보는 하늘나라로 긴 여행을 떠났습니다

무더운 여름 날 밥맛을 잃어버린 날엔 엄마의 날콩가루 국시를 좋아하던 딸은 엄마가 하시던 그 양푼에 콩가루와 밀가루를 섞어 흉내를 내고 있습니다.

엄마하고 부르면 언제나 늘 기다려 주시던 엄마

늘 함께 입 모아 부르던 그 노래를 오늘도 중얼거립니다.

냇가에 수양버들 춤추는 동네 그 속에서 살던 때가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