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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자 2022. 4. 8.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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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첨지가 우리 딸 잡았네 어쩔꺼나

 

오늘은 모내기하는 날.

젤로 신나는 날

엄마는 새로운 김치를 담그고

고등어자반 숯불 위에 굽고

돼지고기 사다가 김치 넣고 얼큰하게

끓여내는 날

 

논으로 달렸지.

아저씨들도 많은 이야기를 하시지

웃고 서로 입담 나누시며 말이야.

몇 분인가 세다가 샛 도랑에서 다시 꾸벅꾸벅 조는 거야

졸다가 다시 냅다 집으로 뛰어가지

엄마는 아침밥을 광주리에 이고 나가시면

난 막걸리 주전자를 들고 쫄래쫄래 따라가지

 

대청마루 끝에

유혹하는 것이 있었는데

엄마도 안 계시고 난 유혹에 넘어간 거야.

일순이가 막걸리에 사카린을 타서 먹으면 맛있다고.

첨에 무슨 맛인가 그냥 한번 먹었더니 그냥 그래

다시 사카린을 타서 먹었더니 정말 맛있어서

아버지 밥그릇으로 홀짝홀짝 먹기 시작했지.

얼마나 먹었을까?

배가 부르고 하늘이 빙글빙글 도는 것 같았어.

엄마 찾아 갈려고 가는데

밭이랑이 두렁으로 보여 발을 디뎌보면 쑥 들어가고

이랑이 두렁으로 보여 발을 디뎌보면 그냥 쿵

 

그날 난 지구가 둥글게 돌아간다는 걸 알았나 봐

빙글빙글 돌아가기 시작했다는 걸..

집으로 돌아와 그냥 방이 따뜻해서 누워있었어.

가물가물 내 귓전으로 들리는 소리

주 첨지가 울 딸을 잡아버렸네 어쩔꼬나....

 

(酒) 첨지가 우리 딸 잡았네! 어쩔꼬 나

 

오늘은 모내기하는 날.

엄마는 김치를 담그고

고등어자반 숯불 위에 굽고

묵은지 고깃국 끓여내는 날

 

새벽바람  논으로 달린다

아저씨들은 모를 뽑아

지푸라기로 묶어 뒤로 던지며

한발 한발 앞으로 나가셨지

몇 분인가 세다가

샛 도랑에서  꾸벅꾸벅   

발이 미끄러져 풍덩 빠졌네

 

 

따스한 햇살

병아리들 놀이 지켜보다

마루 끝에 놓인 노란 주전자의

유혹에 넘어갔지

막걸리에 사카린을 타서

아버지 밥그릇으로

홀짝홀짝 마시기 시작했어

 

엄마 찾아가는데

하늘이 빙글빙글 돌고 돌아

밭고랑이 두렁으로 보이더니

발이 쑥 들어가고

두렁이 고랑으로 발은 쿵

온 세상이 빙글빙글

돌아가기 시작했다는 것을

 

집으로 돌아와 방에 누워있는데

가물가물  내 귓전으로 들리는 소리

첨지가 울 딸을 잡아버렸네! 어쩔꼬 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