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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맹이와 뱀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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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자 2021. 6. 12.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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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이 오늘 같은 날인가 봅니다.

뱀딸기가 불그스레하게 익어가고 있는 날입니다.

꼬맹이는 뭐가 그리 신이 났을까요.

폴짝폴짝... 돌다리를 건너다가 물안을 내려다봅니다

다슬기가 쭈우욱 쭉우욱 기어 다니고 있습니다

잡을까 말까...

그냥 담에 잡아야지

어디를 그리 급히 가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그 꼬맹이는

작은 신작로 길을 지나 구불구불한 논두렁 길을 따라갑니다.

아 저어기 산아래... 얼마 전에 모내기한 그 논으로 가는가 봅니다

거기에 아버지가 있을까 싶어 찾아가는 건가

유독 꼬맹이는 아버지를 좋아합니다.

 

허리를 구부정하게 숙이고 있는 아버지 뒷모습이 보입니다.

 

좋아라 좋아라.. 아버지다...

바로 논두렁 발밑에 보이는.. 요기도 저기도

붉게 익어가는 뱀딸기에 눈에 쏙쏙 들어오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무서워지기 시작합니다.

 

엄마가 뱀이 먹는다고 해 뱀딸기라 했는데..

뱀딸기 옆에는 뱀이 있다고 따 먹지 말라고 했는데..

꼬맹이 그냥 지나쳐 갈 리가 있겠어요..

고사리만 한 손으로 가득 따 들고.. 냅다 달려갑니다..

뱀이 나올지 몰라

따라올지 몰라..

맞아 꼬불꼬불 뛰면 뱀이 꼬불꼬불 따라오고 바로 뛰면 바로 따라온다고

금옥이가 그랬는데

꼬맹이는 꼬불꼬불 뛰다가 뒤 돌아보고...

그러다 논두렁에 발이 미끄러져.. 하마터면 논으로 떨어질 뻔도 했습니다.

 

 

아버지..

아버지는 뒤 돌아봅니다.

아버지는 꼬맹이 손에 든 뱀딸기를 그냥 씨 이익 웃으며 바라보십니다

"아버지도 하나 먹어."

"야 맛나다."

꼬맹이는 왠지 으쓱해졌습니다..

그 꼬맹이는 아버지 등에 업혀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날 밤 그 꼬맹이는 뱀이 따라오는 꿈을 꾸며 이불에 지도를 그렸는지.. 모르겠습니다.

 

 

저 이리 행복해도 되는 건가요....

 

도깨비불

 

황금 달님이 하얗게 내려올 즈으음

아랫마을 동네 어귀에 하나 둘 

도깨비들이 나오기 시작하더니

빙글빙글 불이 돌아간다.

 

겁 없는 꼬맹이는 도깨비들을 잡을러고

살금살금 다가가다 흠칫 놀라 뒤 걸음 친다.

심술궂은 도깨비가 획 던진 불똥 조각이

손등 위로 떨어졌다.

 

엄마 무릎에 앉아 엉엉 울던 날 밤

그 도깨비들은 여전히 불덩이를 돌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