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딸기 사랑/ 나연
이 맘 때였을 거야 단발머리 나폴나폴대며 학교 다녀온 꼬맹이는 대청마루 끝에 뚜껑이 반쯤 열린 노란 주전자를 봤지.
그 속엔 아버지의 사랑이 가득 채워져 있었어 고사리 손을 자꾸자꾸 유혹했지 빨 알 간 산딸기를 먹고 먹고 또 먹고
동네 우물가로 달음질쳤어 돌틈사이로 졸졸 나와 꼬맹이 얼굴을 마치 마술을 부리듯 우물 안에 넣기도 했지
더 시원할 줄 알고 두레박을 힘껏 퍼 올리고 또 퍼올리고 주전자에 가득 담았다 쏟기를 서너 번물방울이 송골송골 밖으로 나왔어 만마지골 언덕배기로 냅다 달리기 시작했지
물이 덜 시원해지기 전에 아버지 드리려 아버지 엄마는 한 모금 쭈우욱 드시곤 말씀하셨어"야아 참 시원하다." 그렇게 꼬맹이랑 아버진 사랑을 했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