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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보라빛 입가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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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자 2019. 2. 1.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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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거미가 내릴 즈음

벼들이 고개숙인 황금벌판으로

단발머리 꼬맹이는 노오란

큰 주전자 하나 들고 나갔지.

 

이맘때가 메뚜기들이 잘 잡힌다는 걸

반복하고 또  반복해 잘알아.

냇가 버드나무에도 많이 있다는 것을..

 

엄마메뚜기는 아기메뚜기를 업고다녔지.

 

두마리가 다정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한번에 두마리를 잡으면 주전자가 빨랑

채워진다는 것을 알고 그런놈들만

마구마구 잡아넣었어.

 

근데 지금 생각해 보니까

메뚜기들이 사랑을 하는 암수였던것 같아.

 

반쯤 차였을때 단발머리 꼬맹이는 만족하고

여기저기 초가집 뒤켠으로 연기가 오르기

시작하면 아버지를 기다리는 맘으로

돌다리를 폴짝폴짝 뛰어건너 집으로 갔지.

 

울 아버지가 가리산대장이라도 놀러대던

머스마들이 조금은 미웠지만 그래도 난

울 아버지가 최고로 좋아..

 

울 아버지 오늘도 우리들 먹으라고

머루덩쿨을 한 지게 걷어오셨어..

언니랑 동생이랑 난 신나게 먹어댔지

아버지 이리저리 굴리면서

큰것들만 먹으라고 했어.

언니입도 내입도 동생입도

온통 보라빛 입가엔 아버지 사랑이

잔뜩 묻어났지....

 

봄에는 제비꽃 머리에 꽂고 계시더니

이번 추석에는 내가 좋아하는 들꽃을

당신 담벼락에 한송이 피워놓셨더라

예쁜딸 좋아하는 꽃인줄 알고 보고가라고..

에긍 바브..봄엔 나한테 무척이나

쌀쌀하게 대해더니..거봐 아직도 아버진

날 사랑하고 있잖너...오늘은 왜이리

아버지가 보고싶지...넘 보고싶어...

 


 
출처 : 40대 이상의 용기네
글쓴이 : 들국화나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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