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 녹말가루입니다.
많이도 가라앉아 있지요.
도토리를 줍는 몫은 형부가
껍질 벗기는 몫은 엄니가
가루내는 몫은 제가 하기로 했습니다.
여름내 말려놓은 도토리를 물에 며칠간 불렀습니다.
그리곤 방앗간에 가서 갈아왔지요
곱게도 갈았습니다.
울 엄니 장갑 끼라고 해도
안 도와 주셔도 된다고 해도 이렇게 오셔서
도와주십니다.
정말 힘든 작업이라는 걸 아시는 거지요.
베보자기에 넣어 주물럭 주물럭
녹말을 빼기 시작합니다.
하루일 마치고 돌아와 방앗간에 가서 갈아오고 하니
어둡기도 하고 춥기도 하고..
조금 많은 양이라..
엄니랑 머리를 맞대고..
"엄마 추워 들어가셔 그냥 내가 다 할께"
"그러는 너는 안 춥고"
"어 난 젊으니까 글구 장갑도 끼고 장화도 신었잖어 언능 들어가"
그래도 안들어 가시지요.
함께해야 수월하게 일이 빨리 끝난다고...
도토리 녹말들을 짜낸 그릇그릇 담아 녹말이 가라앉기를 기다리는 거지요
이렇게 또 모녀는 한가지 농사을 지었습니다,
몇년동안 귀한 손님이 오면 대접할수 있는 것을 만들어 놓았지요.
일 끝나고 둘이는 울 예쁜딸이 끓여다 주는 따끈한 모과차를
한잔씩 마시며.....
엄니의 포근한 사랑을..
그리고 또 한번 이런날이 돌아올수 있는 그날이 있을까를 생각해습니다
엄니의 그 위대한 사랑앞에 ....
어제 꿀 장사가 와 엄니에게 드릴 꿀 한항아리 샀지요..
하얀가루가 채 마르기도 전에 전 벌써 봉지 봉지 한봉지 두봉지
매듭을 짓고 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는 그 기쁨에.....
힘들고 또 힘든 작업이지만 이렇게 해 놓고
누군가에게 준다는 것도 행복한거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때문입니다.
그들이 도토리가루를 받는 것보다
내 맘을 먼저 받는 다는걸...
그리고 이 세상에서 하나뿐인 맛을 먹는것도 아는것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