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그것이 어쩌면

김용자 2015. 12. 5. 21:29

 

 

 

제법 눈이 많이 내렸습니다.

한달 쉬고 출근하는 날 새벽 눈이 조금씩 쌓이기 시작하더니

목화송이 처럼 큰 하얀 눈 송이 송이가 휘날립니다.

하얀 눈 송이들은 바람이 설레발을 치는데로 이리저리

너무 좋아 어쩔줄을 모르고...

그냥 멍하니 바라보기도 하다가

나가서 눈 뭉치 하나 크게 뭉쳐보기도 하고

그러기을..

그러기을..

눈 사진 찍는걸 잊어버렸습니다..

 

그냥 난 눈이 오면 좋아집니다

내 심장이 요동치며 가슴이 에드벌륜처럼

하늘위에서 이리저리 날아다닙니다..

이렇게 함박눈이 내리는 날엔 그냥 막 맞으며

쏘다니고 싶기도 하고..

우산을 받쳐야 하는 사항이 정말 싫기는 했지요..

그것이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현실은 그 눈을 그냥 맞으면 옷이 다 젓어 일을 할수가 없어서

우산을 받쳤다가 저쳤다 하기를..

 

그냥 난  눈이 오면 설렙니다.

오래전 첫사랑을 만나는 그 맘처럼 말이지요..

아직도 이렇게 설레는 걸 보면 철이 덜 들었나 봅니다.

ㅎㅎ

저어리 장독대 위에 눈이 하얗게 쌓여 있는걸 보면

왜 그리 좋은지 독들은 무슨 아무것에도 다 잘 어울리는것 같아요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데로

눈이 오면 눈이 오는데로

가을이 오면 가을에 꽃들과도..

봄이면 봄에 피는 예쁜 장미들과도

어디에 두던 어떤 모델을 하든...참 잘 어울리는 독들입니다.

 

우리 회사에 제가 그냥 놀려데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분은 집 회사 집 회사 밖에 모르는 분 같아 보입니다

근 몇년을 보아왔지만 웃음도 별로 없고..

장난끼 너무 많은 난 어제 또 장난을 쳤습니다.

눈싸움해요..눈싸움하자고요

난 싫어요 눈 싸움 싫어해요.

그래요...커피한잔 줄까요..블랙으로.

다방커피 좋아해요 블랙커피 싫어해요..

블랙커피가 더 좋은거여요 먹어요..

그래요 그럼 한잔주세요..ㅎㅎㅎ

고구마 쪄왔어요 먹을래요

안먹어요..

ㅎㅎㅎ 그럼 좋아하는거 머있어요...머뭇거려 일좋아하세요

그것도 아니라네요..

고구마 작은거 하나 껍질벗겨서 줬더니 냉큼 받아 먹어요..

참 순진한 경상도 양반 ..

정말 무뚝뚝한...경상도 아저씨...ㅎㅎㅎㅎ

한달동안 나 못봐서 보고싶었어요 ..

이말도 저말도 아니고 흥얼거리길레...

에구 그냥 안보고싶었어도.. 보고싶었다고 말하는 거여요..했더니

보고싶었어요..ㅎㅎㅎㅎ억지춘양으로...진짜...

그러면서도 하하 웃긴 웃어요...정말 그래서 한번씩 웃는것 같습니다..

어쩌면 그것이 우리 중년 아저씨들의 모습인지도 라는 생각을 합니다.

정말 웃을일이 없어 ...

웃음마저도 잃어버린채 살아가는 ..삶에 지쳐 버린 그런...

그것이 어쩌면...

 

 

어제 저녁 카톡에 잠깐 들렸는데

친구녀석이 일한다고해요..열 한시 쯤인가...

잘 하라고 그냥 돌아설려니 졸린다고...이건 단체 카톡방입니다..

그래서 노래하나 불러줄까 했더니 오케이 하길레..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사  춘성이 만세...했더니..

웬 한밤중에 애국가냐고...ㅎㅎㅎㅎㅎ 그래서 또 호호 하고 웃었지요...

 

그리 길지도 않은 세상 잼나게 살면 안될까....

즐겁게 살다가...신바람 나게 살다가 이세상 하직하는 것도 참 잘 살아낸

인생일것 같기도 합니다..

오늘도 전 천상병님의 귀천을  되뇌입니다..

 

오늘은 이종사촌 오빠가 75세인데 폐암이 전위가 다 되서 손쓸 겨을도 없이

돌아가셨다해...오빠 이제 오빠한테 주는 마지막 커피네 하곤 한잔

올리고 돌아섰는데...

..............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세상 소풍끝내는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